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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 한 번 오면 단골이 되는 고기리막국수의 비결
김윤정 지음 / 다산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진심이 느껴지는 작지만 큰 가게 이야기]
책을 쓴 김윤정씨는 2001년 결혼을 하면서 남편과 함께 이자카야를 열었다. 가게는 순조롭게 잘되어 옆 골목에 두 번째 가게를 냈고, 두 번째 가게까지도 잘 되어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 여유로움은 계속되지 않았다. 손님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두 번째 가게를 접었다. 뒤이어 남편에게서 암이 발견되어 암투병 생활을 하게 되었다. 가게를 운영하며 밤낮이 바뀐 10년의 세월을 보내온 남편의 생활은 이제 암으로 인해 완전히 바뀌어져야 했고, 결국 본점까지도 정리해야 했다.
이제 김윤정씨 부부는 평생 할 수 있어야 하는 일을 찾아야 했다. 국수를 너무나도 좋아하던 부부가 고심 끝에 평생 할 일로 만나게 된 것은 막국수였다. 몇 달간 홍천에서 고생하면서 막국수를 배운 남편은 막국수 만드는 법을 전수 받게 되었고, 2012년 비포장도로를 한 참 달려야 나오는 외딴 마을 구석에서 가게를 열었다. 가게는 기술을 전수 받은 가게의 이름을 따라 장원 막국수로 이름을 지었다.
6년이 지난 후, 장원 막국수는 큰 변화를 갖게 된다. 가게의 이름을 바꾼 것이다. 2018년 8월 21일 김윤정-유수창 부부는 ‘다른 곳이 아닌 고기리에 올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고, 세상에 하나뿐인 막국수, 막 만들지 않은 막국수를 만들고 싶다’라는 꿈을 담아 가게의 이름을 변경하였다. 그것이 ‘고기리막국수’이다.
상권도 형성되지 않은 산골짜기 외딴 마을 구석에서 붓과 종이를 파는 화방에서 시작한 장원막국수는 이제 줄을 서지 않으면 먹기 힘든 하루에 1000그릇을 판매하는 가게가 되어있다. 2012년에서 8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고기리막국수가 왜 ‘고기리막국수’가 되었는지가 이 책에 잘 담겨있다.

표지를 넘기면 책의 제목과 함께 ‘한 번 오면 단골이 되는 고기리막국수의 비결’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그리고 그 비결이 크게 1장부터 5장까지 ‘설렘, 맞이, 사이, 정성, 여운’이라는 5개의 주제에 담겨있다.
- 1장 설렘: 장사는 손님이 오기 전부터 시작된다
- 2장 맞이: 화려한 서비스보다 정교한 진심으로
- 3장 사이: 손님과 주인의 ‘관계’가 ‘사이’가 될 때
- 4장 정성: 음식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 5장 여운: 다시 찾게 되는 가게의 매력
이 책은 장사를 하는 사람에게 ‘진심’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줄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추가 사리 주문’ 이야기를 읽을 땐, 주인장의 손님을 생각하는 마음 씀씀이에 감탄했다. 다른 막국수나 냉면 집에서 추가 사리를 시키면 말 그대로 면만 추가가 되지만, 고기리 막국수는 다르다. 사리만 더 손님에게 내어준다면 양념이든, 육수든 흐려져서 온전한 한 그릇의 맛을 유지하지 못하기에, 고기리막국수에서 사리추가를 시키면 사리추가를 시킨 메뉴의 온전한 한 그릇이 그대로 나온다. 게다가 짜장면-짬뽕 고민처럼 막국수도 물-비빔 고민을 하게 되는데, 사리추가를 시킬 때 본인이 시킨 메뉴가 아닌 다른 사리로 추가도 가능하다. 물 막국수를 시키고, 비빔 사리추가를 하면, 결국 사리추가 값을 내고 물 막국수 온전한 한 그릇과, 비빔 막국수 온전한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정말 손님을 생각하는 진심이 듬뿍 담긴 것 같다.
단순히 창업 관련도서로써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라는 것이 아니어서 더 좋았다. 저자가 직접 가게를 운영하면서, 계속 공부하고(전국의 막국수 집을 꾸준히 다닌다고 한다), 경험하고, 발전한 것들이 담겨져 있어서 참 좋았다. 진심이 담겨져 있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사를 하는 사람이든, 아니면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든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