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안토니아 열린책들 세계문학 195
윌라 캐더 지음, 전경자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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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표지부터 예뻐서 마음에 들었는데 서문부터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시작된 짐과 안토니아의 우정이라고 하기엔 보다 결속력이 강한 그 감정은 시간을 흘러 강해지고 약해지고를 반복하다 희미해졌다가 다시 또 더 두터운 붓으로 덧칠을 하게 된다. 그 둘에게 서로의 존재란 거의 물과 공기같아서 너무 당연하게 여기지만 또 둘 사이의 신분이나 가정 형편 등의 차이로 인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때도 있었지만 짐과 안토니아는 자신의 미래에서 서로의 존재를 너무나 당연하게 여긴다.

20년만에 다시 만나는 친구의 집에 훌쩍 찾아가 자신의 이름을 아주 잘 알고 있는 그녀의 아이들을 만나서 같이 이틀밤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짐은 생각한다. 아직 나랑 같이 놀 안토니아의 아이들이 많다고. 그라도 아이들이 자라서 자기랑 안 놀아주면 안토니아의 남편이랑 밤거리를 걸어다니겠다고.

뭐 뚜렷한 사건 없이 짐이 보고 들은 안토니아의 이야기를 시간가는대로 풀어적은 책이다보니 얼마전에 읽은 스토너가 떠오른다. 그런 걸 보면 누군가의 인생이라는 것이 멀리서 보면 별다르지 않고 그냥 평범하게 나와 같아 보일지라도, 이 삶의 여정을 살펴본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설레는 것인가를 새삼 깨닫는다.
그래서 우리에게도 내 삶의 이 대목 저 대목을 함께 하는 친구들 가족들이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갖나보다. 세상에 이리 아름다운 건 흔하지 않으니까. 게다가 내가 발견해낼 수 있는 아름다움이란 더욱 더.

나의 안토니아는 서문도 좋지만 마지막 대목도 너무 좋다.
근데 시작과 끝만 좋은 것도 아니고 자연에 대한 묘사 같은 것들이 너무너무 좋다. 예전에 대실 해밋이랑 데이먼 러니언을 읽고 이 작가들의 풍자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학원리라도 다니고 싶다고 했는데 나는 이 윌라 캐더의 묘사학원도 다니고 싶을 정도. 묘사가 너무 따뜻하고 마음에 확 와닿아서 읽으면서도 미소가 막 아주...

그러나 완벽해 보이는 이 책에도 흠은 있다. 오타가 많아 ㅠㅠ
오역 같은 건 번역서로 읽은 나는 알 수 없는 거고. 걍 믿어야지 싶은데 오타는 좀...

암튼 서문과 마지막을 옮기며 이만 총총 자러가겠음.

"여기 있어. 아직도 읽고 싶어? 어젯밤에 끝냈어. 시간을 들여 정리하면서 쓴 게 아니라 그 이름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그냥 그대로 적어놓은 거야. 일정한 형식도 없을걸. 아직 제목도 없는걸." 그러고는 옆방으로 가서 내 책상에 앉아 서류철 겉장에 <안토니아>라고 썼다. 순간 얼굴을 찡그리더니 이름 앞에 한 자를 첨가했다. <나의 안토니아>. 그라고는 비로소 만족해하는 것 같았다.

이 길은 그 옛날, 그날 밤, 안토니아와 내가 블랙 호크에서 기차를 내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궁금해하며 밀짚 위에 누워 마차를 타고 지나가던 바로 그 길이었다. 지금도 눈만 감으면 어둠 속
에서 덜거덕거리며 달리던 마차 소리가 들리다가 다음 순간 그 소리는 모든 것을 지워버리는 신기한 망각의 세계로 사라지고 만다 그날 밤에 느꼈던 간정들은 너무도 생생해서 손만 뻗으면 어루만질 수 있을 정도였다. 나는 비로소 나 자신으로 돠돌아온 기분이 들었으며, 한 인간의 경험의 범주가 얼마나 작은 원을 그리고 있는지 깨달은 느낌이었다. 안토나아와 나에게 이 길은 운명의 길이었으며 또한 우리 모두에게 우리의 앞날을 미리 결정해 주었던, 어린 시절의 온갖 시간들을 가져다준 길이기도 했다. 이제 나는 바로 이 길이 우리를 다시 연결시켜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이었든, 우리는 말로는 전달이 불가능한 그 소중한 과거를 한께 소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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