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원 대표시 100
용혜원 지음 / 책만드는집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정말 오랜만에 손에 들어본 시집이다.

아마도 남편과의 연애시절 곰살맞은 글귀를 찾으려 시집을 찾았을때가 마지막이 아닌가 싶다.

이 시집을 읽는 내내 어쩌면 나는 추억 여행을 한 듯 하다.

처음으로 내가 동시가 아닌 정식 시를 접한 것이 어렴풋한 기억으로 서정주님의 별헤는 밤이 시화와 함께 그려져 있는 엽서들을 통해서였다. 나이 터울이 있는 언니의 책상위에서 그 엽서들을 보고는 그림이 너무 이뻐서 달라고 조르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시절이 아마도 초등학생쯤이었고, 중학생이 되어서는 본격적으로 시집을 탐독하던 시기로 접어 들었다. 그리고 그 절정은 고등학생 때였던 것 같다.

당시 여자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 받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그 속에 가끔씩 지금 읽고 있는 시집의 좋은 글귀를 함께 덧붙혀 주곤 했던 것이다. 아마 그 편지나 엽서들을 지금 엮는 다면 한권의 책이 되고도 남았을텐데, 아쉽게도 이사, 결혼을 하는 과정에서 모두 분실되고 하나도 남아 있는 것이 없다.

그 당시에 기억에 남는 시인은 원태연, 류시화 정도이다.

특히 원태연님의 시들은 여고생의 풋풋한 첫사랑의 심정을 다소 유치한 듯 표현한 것들이 많아서 친구와의 비밀 편지나 나혼자만의 비밀 일기장에 많이 인용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 시집을 엮으신 용혜원 님은 ‘문학과 의식’을 통해 등단했으면 한국문인협회 이사로서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시집에서는 사랑을 시작하는 그리고 사랑을 하고 있는 따뜻하고 설레는 심정을 감성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이상하게도 시를 읽으면서 예전만큼의 감정이 묻어 나지 않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문자를 읽고 있으나 그 의미가 가슴에 짠~~~~~~하고 와 닿지 않았다고나 할까?

이미 사랑이라는 단어는 내게 있어 10년전과 현재의 의미가 너무나 달라져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 때의 사랑은 이성간의 애틋한 설렘이라면 지금의 사랑은 정으로 변한 남편과의 편안함이나 무조건적인 희생인 아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인 것이다.

하지만, 한번씩 이러한 시집을 손에 잡으면서 마음의 점점 무뎌져 가는 사랑에 대한 나의 감정을 조금씩 깨워 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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