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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패드라 패트릭 지음, 이진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12월
평점 :
사랑하는 아내가 죽었다. 그 아내가 없는 삶은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1년 전 아내가 죽은 후로 아서는 집 안에만 있었다. 어딜 나갈 생각도, 누굴 만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오로지 아내와의 기억으로만 버티고 있는 그였다.
1년 만에 정리한 아내의 옷장 속에서 발견한 낯선 팔찌. 대체 이 팔찌는 뭐지? 아내가 하고 있는 것을 본 기억은 없다. 옷장 속에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었으니 분명히 아내의 것이 맞을텐데... 이것들은 다 뭐란 말인가.. 팔찌에 매달려 있는 모양들이 다른 참들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코끼리 참 모양을 돋보기로 들여다 봤더니 숫자가 씌여있다. 전화번호였고.. 어딜까 싶어서 전화를 건 곳은 인도. 대체 아내는 언제 그 곳엘 갔던 거지? 아니 그보다, 그런 얘길 왜 한 적이 없지?
코끼리 참을 시작으로 아서는 이 참들의 주인공이 그동안 나와 보냈던 아내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그래도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버텨 온 아서. 아내가 얘기하지 않았던, 하려고조차 하지 않았던 그 날들에 대해 알아보고자 여행을 떠난다. 코끼리 참의 전화로부터 시작해서, 그가 몰랐던 아내의 다른 모습들을 발견하고 아서는... 충격을 받는다. 내 아내가 이런 사람이었다고? 그럼 내가 알고 있던 아내는? 그 사람은 누구지?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아내를 부정해보지만 마지막에 아서는 깨닫는다. 이 사람이 내 아내이며, 그토록 나를 사랑했고,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그와의 추억에 젖어서 살아가고 있을 때, 내가 알던 그 사람과 다른 모습을 본다. 그건 그것대로 충격이었을 텐데...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했을텐데 아서는 꿋꿋이 버텨냈다. 아내와의 사랑을 다시 한번 깨달으며, 자신이 가족과 보냈던 시간들을 떠올렸고, 그로 인해 더 강인한 사람이 됐다. 물론 아내와의 사랑만이 그를 일으킨 건 아니었지만.
참들을 얽힌 이야기는 특이할 건 아니었지만.. 그동안 집에서만 지내던. 나와 생활을 공유하던 사람에게 이런 면이 있을 줄이야... 라고 생각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그로 인한 그의 방황들도.
재미있었다. 아서는 이로 인해 다시 한번 일어섰고, 더 강인해졌다. 아내없이는 무엇도 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이제 그는 어디든 가고,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었다.
이것만 해도 아내는 그에게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큰 선물을 남긴 것 같다.
그녀와 보낸 시간을 되돌아 보고, 자신도 어떻게든 나아가려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