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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이시도로, 원더풀 라이프
엔리코 이안니엘로 지음, 최정윤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언제나 긍정적이며 활기차게 아침을 시작하고, 이시도로에게 사랑을 아끼지 않는 사랑하는 아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인기 좋고, 이시도로를 너무나 사랑하는 엄마.
이렇게 사랑이 가득한 집에서 행복한 생활을 하는 이시도로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건 바로 새와 대화하는 거다.믿지 않겠지만 이시도로의 이 능력은 진짜다.
이런 특기를 살려 '이탈리아 전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공연하는 칸초네 아저씨와 공연도 했다. 물론 새의 언어만 말하면 재미없으니 휘파람 노래도 부르면서 말이다. 이시도로는 원래 휘파람을 잘 불었고, 그로 인해 새와 대화하는 능력도 생긴 거니까.
이시도로에게 세상 전부인 엄마, 아빠.
아침마다 두분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행복해지는 어린 아이.
이런 행복한 이시도로는.. 한꺼번에 부모님을 잃었다. 세상 어느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그 마을에 건물이 무너졌고, 사람들은 죽었으며, 이시도로에게 남은 것이라곤 새의 언어뿐이다.
며칠전에 포항에서 지진이 났다. 그냥 흔들리는 정도인 줄만 알았는데 건물이 무너지고, 도로가 파손됐으며, 멀쩡히 도로에 있던 차들은 찌그러졌다. 상황이 이랬으니 사람들은 어땠겠는가.. 다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목숨을 잃었으면... 그 난리통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할지 상상도 못하겠다.
그토록 다정한 부모님이었고, 바로 옆집 사람들이었는데.. 한순간에 자신의 주위에 아무도 남지 않게 된 이시도로. 더한 사실은 부모님의 마지막 순간을 본 것이다. 사고 소식을 접하고 헐레벌떡 뛰어간 집은... 집이라고 할 순 없었다. 그래도 어디선가 들려오는 엄마, 아빠의 목소리가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마지막이었다. 이시도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시도로는... 말을 잃었다. 그래도 이시도로는 운이 좋았다.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간호사 누나가 있었고, 자신의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들도 만났다.
그래도.. 그래도 이시도로의 헛헛한 마음을 채울수는 없었겠지만.. 그렇게.. 이시도로는 오늘도 한발작을 내딛고 있다.
초반 너무 행복하게 읽다가, 중반은.. 나아가는 게 너무 힘들었다. 작고 작은 이시도로가 견뎌야했을 그 큰 아픔들을 짐작할 수도 없고.. 독자인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텔레비전에서나 봤던 그 무서움을 직접 겪었을 이시도로의 심정을 헤아리는 것까지도.
그럼에도 이시도로는 일어섰다. 사람들에게 기대어서라도 일어서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또.. 이시도로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