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강
핑루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한 여자의 기억으로 시작된다.

지금 이 시간 내가 무슨 짓을 했던가.. 그리고 나서 나는 또 무엇으로 시간을 보냈던가.


먼저 한 여자.

그녀의 이름은 자전으로 카페 알바생이다. 언젠가는 내가 차린 카페를 운영한다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고, 지금 남자친구와는 결혼을 생각할 정도로 좋아한다. 문제는.. 그의 어머니가 그녀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가.. 자신의 생각보다는 마마보이라는 것이다. 자전은 일에 있어서도 열심이고,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어서 사장인 팡거도, 그리고 손님들도 좋아한다. 그리고 유난히 홍보라는 한 남자가 그녀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 어려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녀는 홍보의 친절을 아버지가 계시면 이렇게 해주셨을까... 라고 느끼고 있는데.. 그는 어떨까...


그리고 다른 여자.

홍보의 부인 홍타이. 결혼 적령기를 지난 그녀에게 친구가 전화를 걸었다. 널 위해 특별히 응급실을 잡아놨다며. 이런 기회를 허락하는 남자가 얼마나 희귀한지 누차 강조했다. 그 전에 물론 그녀도 덥썩 그 손을 잡기는 했지만. 그녀는 자신을 우아하게 꾸밀 줄 아는 여자였다. 자신도 그렇게 보이는 걸 좋아했으니 더 그랬겠지만. 첫 만남부터 낭만은 없었지만 그래도 노신사는 기대이상이었고 어느 정도만 다듬으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그녀의 착각이었다. 그녀가 하는 일마다 그는 못마땅해 했고, 사별한 전부인과 하나하나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교외로 이사를 하면서부터 각방을 썼고, 그녀는 자연스레 현모양처와 이별할 수 있었다.


한 남자를 사이에 둔 두 여자라고.. 표현하기엔 애매한 구석이 있지만 어쨌거나 모양새는 이렇다.

노신사 홍보는 자전을 만나면서부터 자전에게 남자가 되고 싶었다. 어려서 아버지를 잃은 자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터 자전에게 매질을 시작했던 어머니로 인해 어디에도 마음을 줄 곳 없었던 자전. 그때에 자전은 하면 안 되는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잘못된 행동을 했다. 길에서 만난 낯선 아저씨가 말을 걸었고, 밥을 사주어서 먹었다. 며칠 뒤에 다시 만난 아저씨는 어두컴컴한 영화관으로 들어갔고, 그때부터였다.

그리고 홍보도 그랬다. 어느 날 자신의 집으로 자전을 불렀다. 자전은.. 망설이면서도 그곳에 발을 들였다. 후회해봐야 늦었다는 걸 알았을 때.. 그녀는 그의 계획에 너무 많이 발을 들이고 있었다.


이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던 자전. 어떻게든 자전을 갖고 싶었던 홍보. 자전이 홍보의 계획을 홍타이에게 알렸음에도, 그리고 그 모든 걸 알고 있었음에도 현실을 부정했던 홍타이. 이 셋이 얽히면서 사건은 시작되었고.. 그 누구도 그곳에서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길게 썼지만 현실은.. 죽음이다. 자전은 살인을 저질렀고, 홍보와 홍타이는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을 두고 세간에서는 모두 자전의 잘못이며, 돈을 노린 계략이었다고 한다. 자전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그리고 자전이 얘기했다 한들.. 그 이야기를 믿을 사람은 누가 있을까?


무거운 이야기였다. 자전이 이렇게 된 이유도. 그리고 홍타이가 그렇게 된 이유도.

생각해보면 두 사람 다 가엾다. 가난을 떨치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을 자전이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평범하게 살고 싶었을 것이다. 홍타이도 남편이 조금만 더 마음을 열었다면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은 지금.. 누구를 나쁘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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