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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프라우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 지음, 박현주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여기 한 여자가 있다.
안나. 미국인이지만 스위스에 시집 왔고. 자상한 것 같지만 무뚝뚝한, 안나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은 남편과 세 아이가 있다. 누구도 안나의 편이 돼주질 않아 그녀는 외톨이가 됐고. 결국은 자존감마저 없어진 지 오래다. 그리하여 찾은 곳이 정신상담의.
이야기는 그녀와 정신상담의. 그리고 안나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언어 수업으로 나뉘어진다.
"우연이란 없어요, 안나. 모든 것이 관련되어 있죠. 모든 게 연결되어 있어요. 모든 세세한 것에 필연성이 깃들어 있죠. 한 순간은 다음 순간을 낳아요. 그리고 또 다음 순간을. 그리고 다시 다음 순간을."
아무것도 없는 듯했지만 안나는 외로움에 미쳐 있었다. 그도 그럴게, 생판 모르는 나라로 시집을 왔다. 아무도 없이 오로지 두달만에 반한 남편을 믿고. 그 두 달도 좋아서 만난것은 분명하지만, 그 때에 떠나고 싶었던 것도 맞는 것 같다.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딱히 미국이 좋았던 것도 아니고. 어디든 좋았다고 해야나.. 적어도 책을 읽은 내가 느낀 것은 그랬다.
그랬는데.. 결과적으로 그녀에게 찾아온 것은 지독하디 지독한 외로움이었다. 정신상담의와 이야기를 하고, 그 와중에 말을 배워보면 어떻겠냐는 그녀의 의견에 따라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시작된 만남. 원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지만 원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나에게 다가온 사람들을 밀쳐내지 않은 것뿐.
그러다가 스티븐을 만났다. 그렇게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고향으로 가고 싶었던건지 스티븐을 만나자마자 흔들렸다. 그저 길을 알려주다가 만난 관계인데.. 어쩌다보니 남여관계로 이어졌고. 그가 떠난다고 했을때는 붙잡아도 봤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아기가 생겼다.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 낳기 전까지 그가 머물렀던 곳에 계속 찾아갔다. 한번도 연락이 없었던 그. 나를 기억하고 있기나 할까... 하는 생각과 함께.
안나가 그렇게도 두려워하던 순간은 금방 찾아왔다. 언어 학원에서 만난 남자 아치. 그 학원에서 친해진 또 다른 사람 메리. 특히 이 메리로 인해.. 그녀는 점점 전쟁의 한가운데로 내몰리게 된다. 메리가 내뱉는 말들, 그녀가 하는 행동들 하나하나가 안나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은 것이다.
비록 메리에게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그리하여 그녀는 벌을 받았다. 가장 사랑하는 존재를 잃었고, 모든 진실의 한가운데에 섰다. 이제 안나가 가야할 길은... 그녀가 서 있을 곳은 어디이며, 그렇게 그녀가 정착하고 싶었던 그곳은 어디였을까...
엄청난 외로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두려움도 느껴졌다.
안나의 속마음 하나하나가 이렇게 마음으로 들어올줄은 몰랐다. 책에 소개된대로 섬세한 감정의 묘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고 싶다면, 더불어 그 절망의 구렁텅이에 같이 빠지고 싶다면 읽어보시길. 이렇게 깊은 감정이 느껴진 책은 오랜만이었다.
안타까움도 없지 않았지만.. 결국 마지막에 안나가 바란 것은 무엇이었을까..
모든 것이 밝혀져서 편안했을까? 그렇게 원하던 스티븐과 연락을 했지만.. 그에게 이미 그녀는 지나간 사람이라는 걸 알아서 슬펐을까.. 아니면.. 이제 갈곳을 잃었다는 생각에 더 방황을 해야할까...
읽는 내내 무서웠다. 지독한 외로움으로 인해 안나가 잘못된 선택을 할까 봐..
그게 제일.. 무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