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 소녀

안개 속 소녀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7년 5월

뭔가 좀 달랐다.

분명 전작인 <속삭이는 자>와 <영혼의 심판>은 이렇게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는데.. 이 책은 진도가 나가지 않을만큼 힘들었다. 분명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 진도가 느렸다. 읽는 속도가 더딜 때 나는 책의 뒷부분을 먼저 읽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이 그랬다.

중간중간 군더더기가 많고, 내가 바라는 사건의 핵심이 보이질 않았다. 보인다고 해봐야 어차피 글로 쓰여진 걸 따라서 가는 것 뿐이지만.. 이상하다.

작가의 전작들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안개 속 소녀>는... 난 좀 지루했다.

마지막에 그 안에 숨겨진 내용은 참.. 기가 막혔지만 말이다.

폐쇄적인 산속 마을.

시골 마을이었는데 광산 개발로 인해 마을 사람들은 돈이 될 것 같은 산은 다 팔아버리고.

팔을 것이 없는 사람들은 더이상 돈을 벌 수단이 없어져 버렸다. 광산 개발로 더 발전할 것 같았지만 막상 그것으로 인한 수단이 없어져 버리자 마을에는 더이상 사람들도 없고.

그러던 중 10대 소녀 애나 루가 실종된다. 단순 가출인 줄 알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범죄의 가능성이 커졌고. 단서를 조사하던 중, 이것이 연쇄살인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게 된다.

스타 형사 포겔이 사건을 맡게 되지만 그는 과거 증거 조작으로 불명예를 안고 있는 상태고. 이번 사건을 발판으로 삼아 화려하게 다시 스타의 길에 오르길 꿈꾸지만, 그에게 다가온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단서를 발견했다 싶었지만 사건은 다시금 미궁에 빠지고.. 캐면 캘수록 진실을 알수가 없다.

어떻게든 다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포겔은 언론에 용의자의 정보를 흘려 대중을 선동하기에 이르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어디까지 진실인지가 굉장히 궁금해졌다.

첫 장면은 포겔과 의사의 면담 장면이다. 포겔은 자신의 옷에 묻은 피가 무엇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채로 경찰에 체포됐고, 사실을 알아내고자 경찰이 정신과의사와의 면담을 요청한 것인데. 과연 포겔이 저지른 일은 무엇이며, 이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위에 쓴 것이 핵심 내용이다.

수사하면서 건진 단서가 아니라, 어떻게든 대중을 선동해서 공권력을 휘두르고, 사실을 만들어내며, 그 위에 올라서는 게 목표인 사람. 그리고 대중의 관심을 받은 사람들의 마음은 움직이기 쉽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끔 해준 소설이다.

결국 진실은 참... 그것까지 밝히면 더 재미없을 것 같아서 거기까지 하지는 않겠지만.

일을 벌이게 된 경위가 나쁘다. 자신은 범인이 될지언정 남겨진 사람들을 살아가게 만드는 게 목적이라니. 거 참... 거기다 경찰이 정말 자신의 손으로.. 으음...

이번 작품만 이런 건지. 다음 작품도 이럴 건지.

먼저 읽은 두 작품을 봐서라도 다음 작품을 기다려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이것까지 읽은 내가 너무 억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