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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션 일레븐 ㅣ 스토리콜렉터 45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생각해 본 건데, 우리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은 크게 두 가지인 것 같다.
아무것도 없거나, 아니면 그보다 더 발달을 했거나.
그보다 발달한 미래는 말하자면, 사는것도 지구뿐만이 아니라, 거대한 우주선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도시를 지어 생활한다거나,
그렇지 않으면 이 지구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살되 지금보다는 기계가 더 많아지는 세상이다. 후자야 뭐, 영화에서도 나오고 심지어 만화에서도
나오니까 얘기할 건 없지만, 전자의 미래는 정말 참혹하다.
아무것도 없는 세상. 지금 흔히 보는 텔레비전, 인터넷, 핸드폰, 심지어는 전기가 없다. 그뿐만이 아니라 연료가 될 수 있는 것은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걸어다니고, 마차로 움직이고.
평화롭던 세상. 모든 것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을것만 같던 세상이 갑자기 무너지기 시작했다. 단순한 감기인 줄 알았던 그 병은, 그대로
세상을 잠식해갔다. 사람들이 하나 둘 죽어나가기 시작했고, 풍부했던 먹거리들은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 문명 전과 문명 후로 나뉘게 된다.
문명 후의 세상을 들여다보니 예전에 읽었던 만화책 '레드문'이 생각났다. 기계가 있다는 게 다르긴 했지만 그곳에서의 사람들의 생활도 이
책에서와 별반 다르지 않다. 도시랄 것도 없이 예전의 모습은 갖추고 있지만, 정작 사는 사람은 없고, 사람들은 무리를 지어 몰려다닌다.
책은 문명 전에 살았던 유명 배우 아서와 그의 아내들. 그의 친구 클라크, 거기다 커스틴이라는 크게 세 개의 이야기로 움직인다.
뭔가 급박하게, 그리고 싸워야만 하는 생존기를 그린 것이 아니라, 그 후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밝은 미래만 그렸던 나에게 이 책은
당황스러웠다. 아니 위에서도 말했듯이 영화나 만화책에서도 보긴 했지만 그런 미래는 보고싶지 않았달까...
전에 친구가 우린 너무 기계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었다. 이렇게 가다간 우리가 살았던 흔적은 남지 않을 거라고. 우리가 옛날
사람들이 살아왔던 얘기를 알 수 있었던 건, 손으로 쓰고, 책으로 남아있기 때문이 아니냐고.. 실제로, 이제 손으로 뭔가를 쓰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으니 말이다.
전기가 없고,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연료가 없으면 기계는 더이상 돌아가지 않으니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어떻게 기록이
되는걸까...
세 사람의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문명이 무너진 후의 이야기라 더 궁금하고, 궁금했다.
그리고 다시금 느낀 건데. 이런 상황에서도 누구든지 권력자가 되긴 되나 보다.
예전에 '눈 먼 자들의 도시'에서도 이런 느낌을 받았는데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