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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
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이야기가 실화라니.
게다가 읽고 난 후, 사람들의 관심사라는 게.. 온통 이런 것에만 쏠려있다니.. ㅠㅠㅠㅠㅠㅠ
누구든 다 그렇기는 할거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견뎌냈는 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슨 일을 겪어왔는지, 자극적인 일만 찾는 게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다.
학교에서 돌아오던 길에 납치되어, 작은 방 안에 감금 생활을 하던 엄마.
모든 것을 다 알고있는 엄마는 잭의 유일한 세상이자 친구다. '바깥' 생활을 경험하지 못한 잭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주지만, 엄마가 방에 없는 '사라지는 날'에 잭은 잠을 잘수가 없다.
목소리만 들리는 올드 닉은 항상 무섭기만 하고, 엄마를 괴롭히는 잭은 그가 싫다.
엄마가 다치는 것도, 아픈 것도 다 그 사람때문이니까.
엄마가 들려주는 '바깥' 생활은 신기하기만 하고, 그 생활을 그리워하는 엄마를 위해 잭은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엄마와 함께 계획을 세우고 차를 타고 밖으로 나와 계획이 성공하려는 찰나, 올드 닉이 알아차려 다시 잡힐뻔했지만, 다행히도 방금 만난 사람덕에 위기를 모면한다.
그렇게 경찰과 만나게 되고, 엄마와 함께 세상으로 나온 잭.
다시 만난 세상을 엄마는 좋아했지만 잭에게는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모든 것이 다 있었던 그 방. 가끔은 그곳으로 가고 싶은 것만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리고 엄마...
나오기만 하면 다 잘될 것 같던 엄마에게도 여러가지 일이 생긴다. 엄마가 돌아와서 좋아하기는 하지만, 잭을 멀리하려는 할아버지. 그냥 '잭'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나쁜 놈의 자식'이라는 느낌이 더 강한듯하다. 그런 잭에게 엄마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거라고 설명은 하지만.. 역시 아이들은 그 분위기를 바로 느끼곤 한다.
여기까지만 써도 참 혼란스러운 이 이야기.
어떻게 정리를 해야될지 조차 감이 잡히질 않는다.
얼마나 무서웠으며, 정말 잭이 없었으면 견디지 못했을 것 같은 나날들. 세상에 저런 일들이 정말 있구나 하는 걸 새삼 실감하게 해준다.
그곳에서만 나오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것만 같았는데, 역시 언론은 그들을 그냥 놔두지 않았다. '잭'의 미래를 위해 방송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엄마는 잘 버티고 있었지만 엄마라는 이름 아래, 엄마도 여자였다.
사람들의 관심이라는 게, 좋다가도 무서워진다는 말이 정말인가보다.
처음엔 동정으로라도, 아니면 세상에 다시 나왔으니 도와준다는 명목으로라도 다가갔다가 나중에 얼만든지 비수를 꽂을 수 있는 게 그들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예전 인간극장에서 아버지와 함께 산골에 살던 영자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산골에서 아버지와 행복하게 살던 소녀는.. 방송에 나오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좋았던 후원자가 자신을 도와준다는 사람들의 돈을 다 가로채는 바람에, 세상에 모든 관심을 끊고 결국은 절로 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비아냥거림에 견딜 수 없었던 잭의 엄마는, 잭을 놔두고 돌이킬 수 없는 길을 선택했다. 다행히 비극으로 끝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 뒤에 홀로 남았을 잭은 어떻게 하라고.
마지막까지 맘이 무거워지는 책이었다. 비록 세상에 다시 나와, 그들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지만.. 정말 찾을 수 있는 건지. 그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건 한순간이겠지만 받은 상처는 그리 쉽게 아물지 않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