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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봉 로망
로랑스 코세 지음, 이세진 옮김 / 예담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 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오 봉 로망 같은 서점을 꿈꾸어왔다.
모두들 비슷비슷한 얘기를 했다. 자기는 소설책 밖에 읽지 않는다고, 집에도 소설책은 넘쳐난다고, 대기 중인 책들이 쌓여 있다고 했다. 침대 밑에도, 머리맡에도, 사무실 책상 속에도, 거실 소파에도 소설책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서점에 가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나. 서점에 갔다가 괜히 울적한 기분에 빠져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올 때도 많았단다. 왠지 숨쉬기가 답답하고 심기가 편치 않든가,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책벌레들이 서점에서 이런 기분을 느낀다느 얼마나 희한한 일인가.
책을 좋아하는 두 사람이 만나 서로 이상향의 서점을 얘기하다가, 급기야 다른 서점을 꿈꾸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의, 또는 대중의 잣대로 만들어지는 최고의 소설이 아닌. 그들만의 다른 눈으로 최고의 소설을 찾기 시작했다.
방과 프란체스카는 그렇게 만났다.
서로의 삶에 지쳐 책에서 밖에 위안을 얻지 못할 때. 내가 책을 보는 기준과 같은 사람이 있다니!!! 이런 맘이었달까. 마음이 맞는 걸 확인한 그들의 꿈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어 갔다. 책 선정 방식은 좋은책 선정위원회를 조직해서 그들에게 리스트를 작성해달라고 한 뒤, 겹치는 소설과 그렇지 않은 소설을 모두 구입할 것. 그대신 조직에 대해서는 비밀. 더불어 프란체스카 본인도 모르고 싶다고 했지만, 방은 거기까지는 허락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대표는 프란체스카였고, 자신은 대리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이렇게 조직되고, 잘 짜여진 상태에서 문을 연 오 봉 로망.
시작은 좋았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눈을 가진 독자들이 문을 밀고 들어왔고. 몇시간을 지내도 지루하지 않은 서점은 처음이라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책이 다 있었다고.
그러나 곧 자본주의의 잣대를 가진 출판사와 각종 매체들의 뭇매를 맞았다. '최고의 소설'이라면서 대중이 그렇게 원하는 우리가 최고라고 말하는 소설은 없고, 심지어 어느 출판사의 책은 하나도 없지 않냐며. 당신들의 그렇게 '최고의 소설'이라 부르는 책의 기준은 뭐냐고.
그때마다 진심을 다해서 '우리가 읽고 싶은 책을 들여놓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매번 풀어보지만 그건 굳게 닫힌 문을 두드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상황에 그들이 조직한 8명의 위원들에게도 위험이 닥쳐오는데..
서점에 가면 항상 똑같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달의 신간', 어느 출판사의 신간, 기대되는 신예 작가, 그리고 베스트셀러. 어딜 가든지 이 책들은 빠지지 않는다.
정말 주위에 있는 서점들을 둘러보니 다 똑같은 기준으로 책을 놓는다. 인테리어와 책을 놓는 위치만 다를 뿐.
책을 읽는 내내 오 봉 로망을 나도 꼭 방문해보고 싶었다.
다른 사람과 똑같은 기준을 가진 내 눈에, 그 곳은 어떻게 비치는지 보고싶었다.
하루종일 앉아서, 또는 서서 읽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그런 곳이 내게도 펼쳐질 것인지.
이 책도 그렇지만 읽다 보니 들어보지도 못한 작가도, 이름만 들어봤던 작가들의 작품도 많이 나왔다. 이럴때면 곧장 서점으로, 아니면 도서관으로 달려가고 싶다.
여기에 나온 책들이 우리나라에도 번역이 되어 있는지. 어떤 책들인지 정말 궁금하다.
최근에 읽은 <서점의 다이아나>에서 나왔던 동화책들도, <서점 숲의 아카리>에 나왔던 동화책들과 문학책들, 그리고 <도서관의 주인>에 나왔던 아동 문학책들도.
한번에 다 읽어볼 수는 없지만, 천천히 생각이 날때마다 빌려서 보고 있다.
정말이지 예전에 읽었던 내용인 데도 새롭게 다가오는 건 그만큼 내가 생각이 많아져서일까..
내가 생각했던 책들도 오 봉 로망 안에 들어있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