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일구

최후의 일구
시마다 소지 지음, 현정수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2년 8월

띠지에는 명탐정, 미타라이 기요시가 돌아왔다!고 되어 있지만.

물론 나도 그걸 기대하지 않은건 아니었지만 책을 읽고 나서는 미타라이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책에 초반과 후반에만 잠깐 등장했을뿐더러, 이 책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시마다 소지는 대단한 작가다.

마지막 장까지 다 읽고나면 독자들의 마음이 움직였을거라는건 아는 작가인듯하다.

지난번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에서 보여줬던것과 같은 묵직함과, 서러움은 없었지만 그래도 사회의 약자들을 대변하는 것임에는 틀림없는.

진짜 사회파 작가다.

제목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야구가 주된 이야기다.

아니, 야구에 목을 매는 두 남자의 이야기다. 모든것의 희망이자 중심이었던 야구. 하지만 그로 인해 자신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야구.

명탐정 미타라이 기요시는 어머니의 자살 기도 이유를 궁금해하는 한 청년의 방문을 받는다. 조사 결과 청년의 어머니는 대부업체로부터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 그러나 이 문제는 천하의 미타라이도 해결해줄 수 없는 문제. 그런데 갑자기 대부업체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하고..

의문의 화재 속에 숨겨진 한 명의 천재 타자와 그를 동경했지만 한 번도 최고가 될 수 없었던 2류 투수의 뜨거운 우정과 이들의 엇갈린 운명. 그리고 마침에 드러나는 '최후의 일구' 속에 숨겨진 놀라운 비밀.

초반에 미타라이가 모든 일을 간파하는데 역시~ 탐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것도 잠시. 나는 이 야구 청년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버렸다. 대체 야구에 목숨을 건 이들의 인생과 미타라이가 풀었던 그 업체의 비밀간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었을까?

어려서부터 야구를 해왔고, 야구 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다케타니. 그러나 아버지가 악덕업체로부터 빚을 지고, 도저히 갚지 못해 자살을 택했을때에는 너무나도 절망적이었다. 그래도 야구는 포기하지 않았다. 언제든 프로로 전향할 기회가 한번은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이것은 정말 생각뿐이었고, 다케타니에게는 그런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반면, 다케타니와는 달리 벌써 슈퍼스타가 된 다케치의 앞길은 창창했다. 고등학교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나오는 경기마다 우승이었다. 이러니 벌써 구단들이 눈독을 들인것도 당연했다. 그와는 영영 만날 기회가 없을거라 생각했으나, 프로로 전향할 마음을 접고 회사에 있는 야구단에 들어가서 마지막 경기에 그를 만났다. 그와 한번 붙어보고 싶다고 생각해 마음속으로 정한 공을 던졌으나 결과는 참패였다. 그후로도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회사의 야구부가 사라지게 된것이다. 한참 이겨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그걸 어디로 향해야 한단 말인가. 이렇게 절망적일때 우연히 다케치의 회사 야구부에 들어가게 됐다. 거기서 다케치와 가까워지고 도무지 실력이 늘지 않았던 다케타니는 그의 전용 투수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우승을 눈앞에서 어이없이 놓쳐버리고 마는 다케치. 다케치가 이렇게 우승을 날려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야구를 너무나도 좋아한 두 남자. 한 사람은 앞길이 창창했고, 또 한 사람은 그 사람의 앞날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마지막 승부까지 겨뤘지만 결코 그를 이길수는 없었다. 그런 그를 사지에 몰아놓은 도토쿠론. 사채업자다. 돈을 빌리기전에 두터운 서류부터 내밀어 무슨 소리인지도 모를 종이에 싸인을 하게 만들고, 나중에 없던 조항을 만들어 넣는다. 그걸로 사람들의 목을 죄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연대보증으로 자살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필시 이런 이유에서였을거다. 법은 항상 힘이 있는 자들의 편이고, 약자들은 그대로 당할수밖에 없다.

다케치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안타까웠고, 그의 부탁을 마지막까지 거절하지 못하는 다케타니가 불쌍했다. 악덕 기업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 사람들이 너무나도 불쌍했다. 목까지 차오르는 억울함은 덜했지만 여전히 인상이 강하다.

지금은 작가의 다른책. 침대특급을 읽고 있다. 여기에는 요시키 형사가 나온다. 처음부터 강렬한 장면이 나오는지라 뒤가 너무나 궁금하다.

다 읽고 최후의 일구와 또 비교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