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파라솔 아래에서
모리 에토 지음, 권남희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일단 책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나는 계속 맥주를 마시고 싶었다.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인 노노가 계속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해안가에 파라솔을 놓고 그 아래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싶다. 라는 생각을 계속하는데.. 이거이거~~ 나도 해보고 싶었다.

친구한테 이 얘기를 했더니 그거 생각보다 우울한 일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주인공 노노는 혼자라기 보다는 좋아하는 다쓰로와 함께 마시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집에서는 너무 권위적이었던 아버지. 고등학생까지도 통금 시간이 있고, 중학교에서는 여자들만 있는 반에 남자선생님이 담임이라고 학교에

항의하러 가고. 토끼는 이래서 안된다, 이건 이래서 안된다. 일일이 말도 많았던 아버지. 그 아버지 덕에 얼른 집에서 나오고 싶었던

노노와 오빠. 그럼에도 참고 살았던 동생. 그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사십구재를 앞둔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가 들려온다.

바로 아버지에게 애인이 있었다는 것. 차례로 밝혀지는 아버지의 과거에 노노는 혼란에 빠지고, 이윽고 아빠, 동생과 함께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여행을 떠나는데...

 

너무나 완고했던 아버지기에 노노와 오빠는 완전히 질려버렸다. 누구보다도 자유롭게 살고싶어 집을 뛰쳐나왔지만 자유로운게 아니라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한사람에게 정착을 하지도 못하고, 게다가 노노는 남자들과의 관계가 너무나도 어렵다. 거기다 문제는 직장도 마찬가지다. 무엇하나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노노의 인생. 그 모든것을 노노는 아버지 탓으로 돌리곤 했었다.

아버지 때문에 하고싶은 걸 못했고, 아버지 때문에 사람들과의 관계가 이렇고.

사실 이 책은 아버지의 흔적찾기라기보다는 노노의 자아찾기가 아닐까싶다. 아버지의 발자취를 더듬어 가면서, 아버지에 대해 오해했단 것도, 또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단것도 포함해서 노노 자신의 문제까지 찾아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자유를 찾고 싶었다고 하지만 사실은 아버지의 억압이 아니라 아버지의 사랑이 그리웠는지도 모른다. 반면에 아버진 자식들에 대한 사랑을 억압으로 표현했다. 자신의 선조가 창피해서 가족이고, 고향이고 다 버렸던 아버지. 자식들은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모든걸 구속했지만 자식들은 구속이 아니라 설명이 필요했던 것.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듯이 그 원인을 알려줬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거다. 다시 한번 가족간의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요즘 집에 들어가도 가족들과 얘기하는 시간이 별로 없다. 제각각 들어오는 시간도 다르지만, 집에 오면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어서 좀체 얘기할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 생기지 않는다기보다 만들지 않는달까. 조금이라도 덜 부딪히기 위해서 말이다. 티비가 없는 집도 많다는데 지금에 들어서는 이것도 이해가 간다. 다같이 앉아서 멍~하니 화면을 보고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대화를 해야겠다. 비밀에 관한게 아니더라도 오늘은 어땠는지 하는 사소한 것들부터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