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스트 ㅣ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한참 학교가 술렁이던 때가 있었다.
선생님들도 있고, 공공교육기관임에도 그 안에서 여자아이들을 상대로 한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학교나 학원이 끝나고 가장 많이 모여있는 곳. 학교 운동장. 안전하다고 생각한 그곳에서 일어난 사건은 모든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내가 주로 있는곳도 아이들이 많은 곳이다 보니 자연스레 거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살아남은 아이의 충격도, 그 아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충격도 알 수 없었지만. 그런 일로 인해서 사랑하는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정은 어떤 것일까?
미드를 즐겨보는데 수많은 범죄자들이 있음에도 거기에는 등급이 있다는 소릴 들었다.
그중에서도 최하위, 인간으로도 쳐주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바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자였다. 무슨 이유든 아이들이 목적이었다면 그 사람들은 인간도 아니라는 얘기다.
이혼남 프로데리크는 어린 시절 불행했던 가정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외동딸 마리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 그러던 어느 날 연쇄성폭행범 룬드가 탈주했다는 긴급 뉴스를 접한 그는 공황상태에 빠진다. 마리의 유치원 앞에서 마주친 남자가 바로 룬드였기 때문이다. 프로드리크의 간절한 바람에도 마리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고, 여전히 속수무책인 경찰을 대신하여 정의를 실현하고자 그는 총을 들고 나서는데..
책은 범죄가 일어난 후의, 그 아버지의 처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랑하는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 시민을 보호해야하는 의무를 갖고 있으면서도 실천하지 못한 경찰들. 이런것이 뒤죽박죽 되던 나날 끝에 자신이 직접 처벌에 나선 아버지의 심정에.
직접 죄를 벌함으로써 모든 아버지들의 영웅이 된 프레드리크. 그럼에도 아이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자신의 생활도 이미 예전같지 않은 상황에 힘들기만한데. 그를 기소한 검사는 국민들의 협박에 두려움을 떨어야했고, 프레드리크는 무죄로 풀려나지만 프레드리크와 같은 생각이라면 무죄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전국에 있는 아버지들이 범죄자를 처벌하기 시작한다. 무능한 경찰을 대신해 한 처벌. 자신의 아이의 아이에게 무자비한 짓을 한 악당에 대한 처벌. 그리고 또 다른 희생자를 막기 위한 일이었는데 프레드리크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쪽으로 일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방법으로 정의를 실현하고자 한 아버지. 법의 세계에 살면서 그 기준을 지키려고 아이의 아버지를 감옥에 넣은 경찰. 여러분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리겠는가? 결정을 내리기 전에 먼저 책을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최근에 읽은 책도 이런 내용이긴 했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생각을 무겁게 한다. 마지막에는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보호받아야 마땅할 아이들이 범죄의 대상이 되다니. 이런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것일까?
오래전에 봤던 드라마에서 이런 얘길 들었다.
- 자신의 아버지가 범죄자라서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될까봐 두렵다고. 그치만 그건 마음먹기에 따라 틀리다고.
누구는 똑같은 사람이 되는 반면, 누구는 그런 사람이 싫어 정의의 편에 서서 그 사람들을 잡아넣는 사람도 있다고.
예전에 당한 일을 가지고 언제까지나 그 세계에서 살수는 없다. 사람은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까. 다만 그 결정의 몫은 본인이 하는거니까.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도 그 결정을 쉽게 내리진 못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