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동 안개소년
박진규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개가 핀 얼굴로 태어난 ‘안개소년’은 자신을 떠난 부모 대신 외할머니인 ‘로즈마리’와 살게 된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밤에만 외출하던 그는 ‘지나’를 만나게 된다. 그녀의 소개로 성형외과 원장 남인수를 만나고, 그에게 이끌려 안개다리를 가진 회장과 그의 통역사 ‘안’을 만난다. 그들의 계략에 빠져 원치 않는 수술을 받게 된 안개소년은 길거리에 내버려지고, 인사동 거리에서 캐스팅 매니저인 윤덕호와 그의 후배인 강만호를 만나게 된다. 안개소년은 윤덕호에 의해 TV에 출연하게 되면서 세상에 자신의 얼굴을 알리게 되는데…….

 

"그럼 내가 행복을 가르쳐 주죠. 그건 찰나의 착각이에요.

눈을 감고 혀를 질끈 깨물어도 아프지 않은. 물론 그 잠깐의 시간은 마음먹기에 따라 아주 영원할 수도 있죠."

 

박진규 작가와의 만남은 두번째다.

의도한것은 아니었는데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전에 <내가 없던 세월>을 읽었던게 기억이 났다.

그때도 뭔가 매끄럽게 읽히지는 않는구나~ 했는데 역시나. 이책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이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면 책을 덮고 손을 놔버리는 나라서 이책도 끝까지 오기까지가 힘들었다. 덕분에 한 2주는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들고 왔다갔다만 한 것 같다.

어제는 마음을 잡고 읽었더니 뒷부분에서는 그나마 쉽게 읽혔다. 미스터리 장르는 훌훌 넘어가면서 어쩌다 한번씩 읽기 어려운 책을 만나면 괴롭다.

 

주인공은 '안개소년'이다. 태어날때부터 얼굴에 안개를 가지고 태어나서 누구도 안개소년의 진짜 얼굴은 본적이 없다. 심지어 자신을 키워준 로즈마리조차 괴물이라 부르며 밖에는 나가지도 못하게 한다. 아무도 없는 밤이 안개소년에게 허락된 유일한 시간이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지만 자신의 기이한 외모덕에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남들의 눈을 피해 돌아다녀야만 하는.. 서글픈 소년이다. 한창 사랑받을 나이에 부모님은 자기를 버렸고, 유일한 혈육인 할머니조차 자신을 제대로 봐주려 하지 않는다. 안개를 없애기 위해 매일 비누로 여러번 세수를 하지만 그래도 안개는 사라지지 않는다. 실제로 내 얼굴에도 안개가 있다면 가장 먼저 나부터 내 마음을 닫아버릴 것이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저 방안에만 쳐박혀서 말이다.

 

무슨 특기가 하나 있으면 바로 티비에 나와버리고, 자신의 흥미에 맞지 않으면 그 사람에게 악성 댓글을 달거나 무참히 밟아버린다. 지금 우리 사회가 이렇다. 안개소년도 마찬가지다. 얼굴에 안개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그를 떠받들더니 한순간에 그건 병이라면서 다시 내동댕이 치기 시작했다.

 

어제 본 일본 드라마에서도 이런 상황이 있었다. 잘나가는 로펌이었건만 한순간에 패소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들로부터 정보를 받고 우왕좌왕하기 시작한다. 그러는 사이 그 기업은 어느샌가 몰락하게 된다. 요즘 세상의 대단한 점은 바로 이것이다. 네티즌 수사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안개소년과 반대에 있는 곳은 '회장'이라는 사람이다. 대단한 권력을 갖고 있음에도 자신의 안개다리가 부끄러워 사람들 앞에 그걸 드러내길 꺼려한다.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체면이 구겨질까 두려워하는 점이다. 반면에 안개소년은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회장을 보면 정치인들이 떠오르는게, 어떻게든 자신들만 살려고 애쓰는 모습이 그려진다.  내가 그렇지 않다는건 아니지만 요즘 세상은 한마디로 정말 무섭다.

 

안개소년은 자신의 얼굴과, 아직까지도 정체성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간다. 마지막에 조금은 나아진 안개소년을 보면서 이렇게 끝나는구나~ 하면서 책장을 덮었다.

사람들의 눈을 신경쓰고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에 급급했던 회장과 후반으로 갈수록 나를 더 생각했던 안개소년. 나는 과연 누구를 닮았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