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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마게 푸딩 - 과거에서 온 사무라이 파티시에의 특별한 이야기
아라키 켄 지음, 오유리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시간을 넘어갈 수 있다면, 내 미래도 궁금하지만 나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다.
흔히들 학창시절엔 모르는거라고, 그때가 지나봐야 알 수 있다고해서 그 순간에는 넘기고 말았었는데 지금에서야 그 말뜻을 알게 됐다.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공부를 열심히 할거라고. 그때보다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재도 공부안하고 있는데 또 하라면 하겠냐싶다. 그것보다는 학창시절이 그리웠다. 친구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말이다.
딱히 재밌게 놀았던것도, 신나는 일이 많았던것도 아니었건만. 대학시절보다는 중고등학교가 너무 그리웠다. 대학에 들어가면서부터 사실 그랬다.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붙어있어서 바로 건물만 옮기는거였음에도, 우리때는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시험을 봐야했으니 떨어져서 다른 고등학교로 다른 친구들도 있었다. 그 친구들과는 한때 유행했던 삐삐로 연락을 하느라고 쉬는 시간마다 공중전화기 앞에 줄을 서 있어야했고, 특별한 얘기가 아니었는데도 삐삐 하나 쳐주는게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지겨웠던 야자시간. 책상위에 층층이 쌓아놨던 문제집. 그것도 모자라서 사물함에 하나 가득 차 있던 책들. 으아~ 지금 생각해도 머리는 아프지만 그때가 제일 좋았던 시간이다. 그래서 공부말고 친구들하고 시간을 더 보내고 싶었다.
근데, 여기 이 사람은 다르다.
시간을 넘어 너무나 먼 미래로 와버렸다. 그것도 평범한 사람이 아닌 무사 사무라이다!!
"이상한 나라의 사무라이, 디저트의 세계에 눈뜨다!
일과 육아를 함께 해내야 하는 싱글 맘 히로코는 늘 집안일과 회사일 사이에 끼어 초조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히로코와 아들 도모야 앞에 나타난 이상한 남자, 기지마 야스베. 에도 시대의 사무라이라는 그와의 기상천외한 동거가 시작된다. 한편 신세를 갚기 위해 가사 일을 시작한 야스베는 디저트 만들기에 눈을 떠 예상치 못한 인기를 얻게 되는데.."
영화로도 개봉되었고, 나도 이제 볼 참이다.
책을 먼저 보고싶어서 이제까지 기다렸는데.. 이 책을 읽는데까지 한참이 걸렸다.(본의아니게 여행에,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나를 너무 괴롭혀서 한동안 책은 읽지도 않았다.) 포스터도 딱 책의 이야기를 말해주는 것 같다.
낯선 세계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던 야스베는 히로코 모자와 함께 지내게 되는데. 거기서 그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이것이 푸딩이외까? 참말이지 구름 위에서 선녀들의 연주에 몸을 맡긴 기분이외다. 정녕 천상의 맛이외다!"
그의 세계에서 아무것도 할줄 아는것이 없었던 야스베는 새로운 것들에 눈을 뜨고 또 자신이 무언가를 할줄 안다는 사실에 기뻐한다. 우연한 계기로 방송에까지 출연한 그는 그야말로 인생 최대 절정의 시기를 맛보고 있었는데, 방송에서 만들었던 그 케이크의 마을들이 나는 너무나 궁금하다. 묘사가 잘되있어서 더 그런가보다. 게다가 나는 이미 일본의 케익맛을 한번! 한번 보고 오지 않았던가. (마음같아선 그곳의 케이크들을 쓸어오고 싶었건만!!!) 반면에 히로코는 자신들의 존재를 잊어버린듯한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본래 마음이 무엇인지, 야스베와 어떻게 하고 싶은지 갈피를 잡을 수 없으면서도 야속하기만 하다. 야스베 덕분에 자신의 위치도 확고해졌고, 도모야도 제자리를 찾는듯했는데 야스베가 다시 돌아봐주질 않자 속이 상한것이다.
너무 갑작스러웠던 만남에 당황했던 그들은 너무나 갑작스럽게 헤어져버렸다. 진짜 읽으면서 나도 당황했다. "어쩜 이럴수가 있어?" 이러면서 끝까지 봤다. 야스베는 그 시대에서도 야스베가 해야할 일을 하고 있었다. 사무라이가 아닌 그가 발견했던 그것을 말이다. 야스베가 너무도 황홀해했던 그 음식은 그 시대에서도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고 있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갑작스런 이별에 대해 뭔가 한마디 나올법도 했는데 그게 없었다. 글로 남긴다던가 하는.. (너무 통상적인가)
시대의 흐름은 너무도 빠르다. 당연히 지켜야 할것들도 있건만 우리는 그러지 못하고 지나치고 만다. 어쩌면 야스베의 출현은 이런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라는 뜻이 아닐까싶다. 빨리 앞으로 나아가는것도 좋지만, 적당히 자신의 것들을 지켜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