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쿠온, 엄마아빠는 히피야!
박은경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 젠장, 이렇게 좋은 데를 놔두고 지금 넌 어디 있는 거야?

문구를 보자마자 예전에 티비에서 나오던 여행사 광고가 떠올랐다.

멋진 풍경들과 사진찍는 모습들을 보여주며 저런 문구를 보여줬던 것 같다.

표지도 인상적이었다.

파란하늘과 바람을 맞으며 어딘가를 가르키고 있는 아이의 사진.

어찌보면 제목이 그렇게 즐거운것도 아닌데, 난 보자마자 너무나 즐거웠다.

어쩌면 지금 내 안에 떠나고싶은 마음이 가득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5월이 되기전부터 날이 따뜻해지면서부터 나는 "놀러가고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초록색을 좋아하는 내게 초록색 나무들과 꽃들의 유혹은 쉽사리 떨치기 어려운 유혹이었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호주인과 결혼을 하고 지금도 외국에서 돌아다니며 살고 있는 지반 켈리.

인도에서 요가와 명상수업 등등을 배우던 중, 호주인 남편 바바를 만났다. 그리고 소중한 아들 쿠온도 만났다.

언어도 달라서 지내기 어려웠을거라 생각했는데 이 여인에게는 그런것도 없었는지 모든 상황이 즐겁기만 하다. 읽으면서도 킥킥 거릴때가 많았다. 그녀의 가족들의 생활은 정말 재미있다.

환경을 생각해야한다고 잔소리한다는 남편, 둘이 잘 놀다가도 어느새 토라져서는 10분 후면 두 사람이 똑같이 한마디씩 하는 아들과 아빠. 연하의 남편이라서 애를 둘 키우는 것 같다는 그녀의 하소연조차 귀엽게만 보이니 큰일이다. 간간이 들어있는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그녀 가족의 일상을 생각하느라 유심이 들여다봤다. 한곳에서만 정착하지 않고, 자주색 스쿨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는 삶을 택한 가족. 힘들게 살면서 언제 이 시절이 지나가나~ 이러기 보다는 그 순간순간을 즐겁게 보내는 것 같아 너무나 부러웠다.

 

- 즐거운 기억이 별로 없는 10대 시절의 나는 선생님과 부모님이 정해준 자리에서 벗어날 궁리만 했다. 20대의 나는 자신을 너무 낮추어 생각할 때가 많았던 것 같다. 30대의 나는 언젠가 더 좋은 직업을 가지면, 돈을 더 많이 벌면, 살을 빼면 더 나은 사람이 될거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40대의 나는 그런 미래는 결코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아이와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아이의 커가는 매 순간을 기억해놓는다는 그녀. 난 왜 아이도 없는데 이런걸 같이 느끼고 있는건지. 어린시절은 한번뿐이라서 그 순간을 간직하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서 내 어린시절도 함께 뒤돌아본다. 나도 나중에 이런 생각을 해야지~ 하면서.

버스를 타고 하는 생활이 쉽지만은 않을텐데 이 가족을 보고 있으면 문제없을 것 같다. 못씻는것 따위, 일하는 것따위, 아들이 약간 걱정되긴 하지만 본인이 좋아하니 뭐가 문제랴! (인도는 좀 싫어하는 것 같지만)

책을 읽는 순간동안 이들과 함께 여행을 하고, 같은 생활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아직도 일에, 지금 현실에 매여있지만 마음만은 이들과 함께다. 그리고 언젠가 그녀를 꼭 만나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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