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방불명자

행방불명자 ㅣ 오리하라 이치의 ○○자 시리즈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기희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9년 5월

서술 트릭의 대가라는 작가들을 한꺼번에 두명이나 만났다.

전작인 '소문'은 두께도 두께지만, 그 두께를 살리느라고 설명을 많이 첨가해서 약간 늘어지는 감이 있었던 것 같다.

초반에 달려주다가.. 중간에 살짝 지루해지고.. 마지막은 확!! 땡겨준다!

그래서 결말까지 거침없이 달려가는데..

 

으아~ 이 '행방불명자'!

마지막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서, 읽는 내내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화자는 총 두명이다.

남편의 미스터리 작품을 도와주는 미스터리 작가, 우연히 현장을 목격한후부터 그 뒤를 쫓기 시작하는 청년..

그외에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단락도 있어서.. 책을 보다보면 누가 누구인지 벌써 헷갈리기 시작한다.

"나"라고 하면서 등장하는 인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흡입력이 있는 책이다. 한가지 사건을 다양한 관점에서 봐서 그런지.. 여러가지 이야기가 얽힌만큼 눈을 뗄수가 없었다.

 

어느날 갑자기 일가족 4명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집안에는 그날 아침식사를 차려놓은 흔적도 있고, 별채에 사는 할머니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홀연히 사라져버린 것이다.

남편이 미스터리 작가이고, 자신은 그 보조를 하고 있는 '이가라시 미도리'는 자신도 미스터리 책을 내보고 싶은 마음에 이 원인 모를 사건을 뒤쫓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흥미로 시작하던 그녀였으나, 점점 실체를 가까이하면 할수록 사실에 근접한 단서들이 계속 나오고...

그것을 뒤쫓다가 그녀는 마침내 진실을 마주하기 되는데...

또 하나의 추격자! 그는 우연히 범죄현장을 목격하고는, 처음에는 그 남자가 자신에게 그런 무안을 준것에 대해서 사과를 받으려고 시작했으나, 점점 그것은 그에 대한 집착이 되어가고.. 그에게도 진실이 다가온 순간.. 그는 범죄의 길로 들어서고 마는데..

 

줄거리를 쓰다보니까, 다시금 그 장면들이 생각났다.

초반에는 이야기를 쫓아가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후반에는 그들이 느끼는 공포를 나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글로써 사람에게 감정을 전달한다는 것.. 언젠가도 얘기했듯이 어려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공포라던가 떨림이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이야기를 읽다가 마지막을 잠깐 보는 버릇이 있는 나는.. 이번에도 건너뛰지 않고 책의 1/4을 남겨두고 들춰봤는데.. 거기에 범인이 나와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김샜다" 이러면서 봤는데.. 범인인줄 알았던 사람은 다른 사건의 범인이고,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건들의 진범들은 각각 따로 있었는데.. 나는 마지막까지 "헉!" 소리를 감출수없었다. "OO자" 시리즈중의 하나인 '행방불명자'

마지막에 그들은 진정한 '행방불명자'가 되어버렸다. 후반부에서 거침없는 공포로 나를 얼리더니, 마지막에는 의미심장한 대사로 나를 다시 한번 구렁으로 밀어넣었다.

전작인 '도착'시리즈보다 못하다고 하지만, 아직 '도착'시리즈를 만나지 못한 내게는 올 여름 이책이 최고가 아니었나 싶다!

꼬리를 무는 연속 사건에.. 마지막이 돼서야 밝혀지는 비밀들.

그 비밀들을 느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