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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이 나오자마자 읽고 싶은 마음에 냉큼 데려왔으나..
막상 가져오고 보니 그렇게 손이 가는 책은 아니었나보다.
이 책을 다시 잡기까지 걸린 시간이 너무 길었으니 말이다.
사실 나는 영화화 됐다는 소리에 얼마나 재밌길래.. 그리고 어떤 내용이길래.. 이런 생각으로 책을 봤더랬다.
막상 접해본 책이 단편일줄은 몰랐고.. 게다가 마지막은 허망하기까지해서..
내가 대체 어떤 내용을 기대하고 이 책을 봤던가 싶었다.
앞의 단편 하나를 읽고 다시 겉장을 봤을때, 나는 이 작가가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라는 걸 처음 알았다.
더군다나 <개츠비>는 집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시피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정말이지 거꾸로 흐른다.
태어났을때는 꼬부랑 노인의 모습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는 젊어지기만 한다.
사람들은 흔히 나이 먹는걸 두려워해서 젊어졌으면 하고 바라지만.. 이 책을 본다면 그 생각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책을 보면서 한가지 깨달은 건.. 역시 노년에는 외롭다는 것!
많은 사람들의 기대속에서 태어나고.. 자신만의 생을 살지만 그 누구도 자신을 이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벤자민'은 날때부터 생긴 기이한 일들로 인해 유년.. (사실 노년이라고 해야 맞겠지만..)시절 불행하기만 했다.
부모들의 냉대를 참아내야 했으며, 같은 또래들과는 어울릴수도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외모에 걸맞는 행동과 일을 함으로써 인정을 받긴했지만.. 그리고 또 운명적인 사랑도 겪었건만
이 모든것들도 '벤자민'을 '혼자'라는 사실에서 꺼내줄 수는 없었던거다.
시간이 거듭할수록 젊어지는 탓에 그 모습을 질려했던 아내, 게다가 그런 아버지를 인정할 수 없고 창피해했던 아들.
자신의 능력을 뽐내고 즐기고자 시작한 학업은.. 해가 갈수록 어려지는 바람에 더이상 그를 지탱해주지 못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지..
이것외에도 많은 단편들이 실려있었지만 하나같이 꿈속을 헤매는듯한 이야기들이라.. '몽환적'이라고 밖에 표현 못하겠다.
각각의 소재는 신선해서 시작은 재미있지만 끝으로 갈수록 우울해지기만 한다.
그래도 눈길을 끌었던 또 하나의 단편은 '리츠칼튼 호텔만한 다이아몬드'
어마어마하게 부자라는 친구의 초대에 응해서 실컷 온갖것을 다 누리지만, 역시 물질은 가질수록 욕심만 늘어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들을 적절하게 섞어놓아서 약간 지루해지면 금새 활시찬 작품을 내놓아서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읽다보면 '세상사 내 뜻대로 되는건 아무것도 없다'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책이다.
- 서른다섯에서 예순까지의 세월은, 수동적인 사람의 앞에서 불가해하고 혼란스러운 회전목마처럼 빙빙 돌아간다.
그렇다. 그것은 처음에는 파스텔 색조로 칠해졌다가, 나중에는 흐리멍덩한 회색과 갈색칠을 덧입으며, 흉측해지고 풍상에 닳아빠진다.
그것은 유년기나 청소년기에 타던 회전목마와는 전혀 다르게, 혼란스럽고 참을 수 없이 어지럽다.
노선이 정해져 있으며, 신나는 젊은 시절의 롤러코스터와는 딴판이다.
정말 이 나이때는 이렇게 정신없이 달리기만 하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