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
하유지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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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영오, 난 너라는 문제집을 서른세 해째 풀고 있어

넌 정말 개떡 같은 책이야

문제는 많은데 답이 없어. 내가 진땀을 흘리며 내놓은 답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넌 알려주지 않아.

너는 출제자가 아니야. 답도 없는 질문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문제집일 뿐이야.


참고서 편집자 영오. 새해를 맞이하기 몇시간 전까지도 야근이 끊이질 않는다.

몇 년 전 폐암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몇번 만나지 않은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가 남긴 거라고는 밥솥과 월세 보증금과 밥솥 안에 담긴 수첩 하나.

수첩에는 '홍강주', '문옥봉', '명보라' 세 사람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 있다. 아버지가 경비로 일했던 학교의 교사인 홍강주를 만난 영오는 그와 함께 나머지 두 사람을 찾기 시작한다. 아버지는 왜 영오에게 이 사람들의 연락처를, 무슨 연유로 남긴 걸까..


해가 지나도 하고 있는 일은 바뀌지 않고. 매일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어도 벗어날 구멍이 없다. 그런 영오에게 그나마 위로가 돼 주는 건 어쩌다 문제집의 오탈자를 발견해서 전화를 해주는 미지.

그런 영오에게 아버지는 왜 강주를 만나라고 했을까.. 인연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걸까..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 다른 두 사람. 그리고 또 만나야 하는 두 사람.


기대하고 읽은 책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책.. 생각과 다르게 재밌었다. 뭔가 소소하면서도 뒤에 갈수록 어떤 내용인지 기대하게 했고, 뭔가 뻔한 얘기 같았지만 그건 그것대로 또 괜찮았다.

우리나라 작가 중 재밌는 글을 쓰는 한명을 더 찾았다.


- 오는 말이죠, 냉동실 백설기 같단 말이에요.

얼린 떡은 몇 시간 녹이면 말랑말랑해지잖아요.


좋아하는? 좋아지려는? 만나는 사람에게 이런 표현이라니.. ㅎㅎㅎ

그래도 자신을 만나면 말랑말랑해지는 영오의 마음을 강주가 알아주는 것 같아 다행이다.


쩜오의 인생을 살던 영오. 강주를 만나 그 나머지 쩜오가 채워졌을까.

아니면 수첩에 적힌 그 사람들을 만나 채워진 걸까.


다른 사람을 만나 부족함을 채울 수 있었던 영오처럼, 나도 지금 그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뭔가가,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쓰고보니 연애 소설인 것 같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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