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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조금씩 너만의 시간을 살아가
유지별이 지음 / 놀 / 2019년 3월
평점 :
여중, 여고를 다녔다.
내가 학교 다닐 때에 남녀공학 중학교가 생겼고, 막연히 여중을 간다는 생각이 있었다. 뭐.. 따로 선택지가 없기도 했다. 자유롭게만 다니다가 입었던 교복이 낯설었고, 앨범을 뒤져보면 입학식 시간도 있을까... 그때 사진을 남겨뒀던가.. 가물가물하기만 하다.
여학생들만 있는 학교라고 다를것도 없었다. 학교 내에 멋진 상급생 언니(실은 오빠를 대변하는 언니)가 있어서 쉬는 시간이면 친구들하고 보러 가기에 바빴고.. (이 언니의 인기는 인근 고등학교 오빠의 인기를 능가했다). 초등학교, 우리 때는 국민학교였던 시절과는 다르게 3일이나 치러지는 시험에 힘들어 해야 했다. 다른 게 힘든 게 아니라 공부를 꼭 밤을 새워서 했기에 낮에는 학교 다녀와서 자고, 밤에 라디오를 틀어놓고 공부. ㅎㅎ 공부하다가 라디오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녹음하기에 바빴다. 결론은.. 뭐.. 공부도 하긴 했지만 한눈도 팔았다는 것.
가을이면 다가오는 체육대회, 목소리가 터져나가게 응원했던 그날. 점심시간이면 친구들과 밥을 먹고 슈퍼에 가서 또 먹을 것을 사기에 바빴던 날들.
고등학교도 여고라 딱히 다를 건 없었지만 교복 안에 체육복을 입고 물구나무를 했던 것.
중학교 때는 왕겨를 넣는 난로를 써서 도시락을 데워먹고, 주전자에 우유를 넣어놨던 기억도 있다. 그때 먹었던 우유는 왜 그렇게 차갑던지 ㅎㅎ
나무를 태우는 난로에서 석유 난로로 바뀌었건만 냄새는 심하고, 이 난로는 열기가 교실 끝까지 전해지지 않아 난로 가에 앉은 아이들만 유난히 얼굴이 빨갰다. 쓰고 보니 할 얘기가 많네.
이 책에도 고등학교부터 대학교 까지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내 대학 시절은.. 컴공과를 가겠다며 공대를 갔는데 어쩜 그렇게 여자애들은 없는지. 또 몇 안되는 여자애들 사이에도 파가 형성돼서 다 모이는 날은 체육대회?? 축제?? 그것도 아니면.. 교양필수 시간??
120명쯤 되는 학생이 큰 강의실에 모여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도 아니면.. 따로따로 모여서 술 마시는 날?? ㅎㅎㅎ
이 많은 이야기들이 저 책 안에 다 들어있다.
게절에 따라 그림이 달라지고, 풍경이 달라진다. 해가 바뀔 때마다 계절은 똑같은데 내 모습이라던지, 같이 보낸 사람, 그리고 같이 보낸 풍경들이 달라졌다.
그림도 예뻤고, 무엇보다 글들도 예뻤다.
그 시절을 떠올리게 했던 한구절 한구절. 나는 그때 뭘 했던가.. 내 시험 때는? 내 체육대회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그러다보니 졸업앨범도, 내가 갖고 있던 사진들도 다시 한번 보고 싶어졌다. 이 기회에 한번 봐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