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총총
사쿠라기 시노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제목부터 좋았던 책이었다.

'별이 총총'이라니.. 웬지 책을 읽으면서 하늘을 봐야할 것 같은 느낌?? 이란 생각을 갖고 책을 읽었더니.. 실제로도 너무나 좋았던 책이다.


뭔가 담담하지만 감정을 건드리는 구절이 많았고.

이야기가 무거울 것 같으면서도 무겁지 않았다.

단편인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지하루'라는 여자 아이부터 그녀가 성인이 되어 글을 쓰기까지. 이 한권에 그녀의 삶이 다 들어있었다.


- 어떤 남자라도 그 몸에서 다정함이 넘쳐나는 한때가 있다. 생각해보면 그 한때가 너무도 달콤했던 것이다. 처음에 그걸 다 먹어버렸기 때문에 문득 깨닫고 보면 접시에는 씁쓸한 것만 남아 있다.

처음 먹은 맛이 그리워질 정도가 되면 그때는 손을 내밀기도 귀찮아진다.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싫증이 난다는 것을 서서히 알게 된다. 사랑도 유효 기간이 있는 것이고, 그리 오래 이어지는 게 아니다.


이런 문구들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오곤 한다. 한 사람의 심경의 변화를 알 수 있게, 곳곳에 나온다. 책을 너무 좋게만 읽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런 표현이 읽다보면 하나둘 마음을 건드리기 시작한다.


지하루의 엄마 사키코.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고, 그 아이는 어머니가 키워주고 있다. 할머니의 손에서 자란 지하루를 오랜만에 보는 엄마는..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 하지만 일단은 서먹함이 있을뿐이다.

사키코는 요즘 자신에게 왈츠를 가르쳐주는 '야마씨'에게 푹 빠져있다. 마담은 그 사람은 안돼라며 말리지만.. 그게 어디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마음이 그렇게 움직이나...

이렇게 야마씨에게 빠져들던 사키코는 야마씨와 하룻밤을 보내고 더이상 만나지 못한다는 말에 울었던 사키코. 그리고 지하루. 지하루도 평범하게 살 수 있었을텐데.

멋모르던 때에 만난 옆집 오빠. 그 다음은 엄마가 멋대로 대출을 받아버린 일로 인해 만나게 된 남자. 또 그 다음은... 지하루의 편안한 삶은 어디쯤에 있었을까.


- 초봄부터 피어오르는 안개는 두 칸 건너 가로등이 올려다보이지 않을 만큼 짙게 낀다. 여름까지 며칠 간격으로 밤마다 도시는 안개에 휩싸인다. 바다에서 밀려오는 안개는 바닷물을 품고 있어서 심호흡을 하면 기관지가 따끔거린다.


마지막까지 지하루를 만나지 못한 사키코. 책을 다 읽고 나니 지하루의 삶도 엄마와 비슷했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까지 딸 야야코를 만나지 못한 지하루.

그나마 야야코는 지하루와는 다른 삶을 살게 될거라는 것에 위안을 가져야 할까??


지하루가 자신의 감정을 보였던 때는 딱 한번.

자신의 이름으로 '시집'을 냈을 때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보였던 때.

그게 아니면.. 그 다음에 나왔던 '별이 총총'인가??


- 이야기는 여자의 모친에서부터 시작되었던 것이다. 일그러졌어도 너무 슬퍼도 인간은 살아간다. 야스노리는 요점 정리 같은 뼈대에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한, 살을 붙여나갔다. 붙였던 살을 다시 덜어내기도 하고 떼어내기도 하고, 여자의 이야기는 지금 야스노리의 손안에 있었다. 자신이 가진 최대한의 폭력과 지배력을 무기 삼아 여자의 과거를 문장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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