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게으른 게 아니라 충전 중입니다 - 어제도 오늘도 무기력한 당신을 위한 내 마음 충전법
댄싱스네일 지음 / 허밍버드 / 2019년 2월
평점 :
아, 이 책!!!
책장 펼치자마자 단숨에 다 읽었다.
그림이 많아서 그림책인가 했더니 곳곳에 숨어있는 글들이, 어쩜 그렇게도 내 마음을 잘 알았던건지 모르겠다. 읽으면서 이건 내 마음을 표현한건가? 내 속에 들어왔던 건가 하는 생각을 몇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변하지 않는 게 없다는 사실'뿐. 계획에서 하나 틀어진다고 나머지 인생이 다 망가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때로는 답을 모르는 채로 그냥 해 봐도 괜찮다.
나는 일을 한번에 하는 타입이기도 하고, 쌓아두길 싫어하기도 해서 강박적이거나 무슨 규칙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일을 쌓아두는 건 불안해서 쌓이는 즉시 해결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다보니 일을 금방금방 처리하는 것 같으니 언제나 다음 일이 기다리고 있다. 상사에게 지시를 받는 즉시 일을 해버리니 금방 다른 일을 주는 것 같아서 요즘은.. 그런대로 농땡이를 피우면서 한다. 그러니까 곧바로 '내가 준 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하고 있더라' 라는 뒷담화를 들어야 했지만.
- 새로운 사람이나 불편한 사람을 만나고 오면 그 상황을 머릿속으로 반복 재생하면서 대화 내용을 복기하는 습관이 있다.
이건 뭐... 완전 나다. 모르는 사람에게 불편함을 준건 아닌지... 아니면 내가 말을 잘못해서 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한건 아닌지.. 이런 불편함으로 남은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러다보니 스트레스도 심해지고 잠도 제대로 못 자서 그 다음 날은... 완전 꼬이기 마련이다. 이렇게 된다는 걸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똑같은 상황이 되면 또 그렇게 반복, 재생하며 나를 탓하곤 했다. 그래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 결국 내일이면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알게 될거면서.
- 진정한 나로 살아간다는 건 내가 되고 싶은 누군가로 태어나지 않았음을 어떠한 의문도 없이 받아들이는 것. 자연스럽지 않아도, 좀 애써야 하는 삶이라도 괜찮다. 거기엔 내 삶만의 예쁨이 있으니까.
- 우리가 아무리 조심하며 살아간다 해도 억울한 상황에 휘말리게 될 수가 있다. 그럴 때 상황과 나 사이의 인과곤계를 만드는 식의 운명론적 사고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왜 하필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이번 달 별자리 운세가 안 좋더라니... 역시', '이런 일이 생긴 게 다 나 때문인 거 아닐까?' 같은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얼마나 선량하게 살아왔는지와는 관계없이 어떤 일들은 그냥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니 어떤 상황에 부딪히더라도 우리는 그 상처에 무너지지 않을 권리가 있다.
너무 괜찮은 말들이 나와서.. 그저 그냥 읽고만 있어도 될 것 같은 말들이 많아서 여기에 다 적을수가 없다. 언젠가 이 책을 그냥 노트에 적어야겠다. 하나씩 베껴 쓰다 보면 차분해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언제나 '괜찮다, 괜찮다..' 라는 말로 나를 위로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