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의 밤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박솔뫼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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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4학년. 졸업을 앞둔 마지막 겨울이었다.

친구들과 부산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그때는 겨울 바다를 보고 싶다는 이유로, 또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기차를 타고 간다는 이유로.. 였던가.. 이유는 잘 생각나지 않지만 추운 걸 싫어함에도 그 추운 바닷가를 갔다.

지금도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면 새벽에 도착했고, 기차에서 잠도 못 잔 터라 토끼눈에, 코는 추워서 시뻘겋다. 그래도 대학 마지막 여행이라 그런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다.

다른 친구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힘들면서도 좋았다. 그냥 내내 걷고, 바다를 보고, 먹다가 온 건데 말이다.


한솔은.. 친구가 일본에서 결혼을 해서 청첩장을 받고 그 곳으로 가는 길이었다.

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가자고 마음을 먹었고, 오사카로 가기 위해 부산으로 가는 중이다. 부산에 가서 일단 좀 쉬다가 떠날 생각인데 정작 무엇을 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옆자리의 승객과 얘기를 나누게 된다. 아무말도 하고 싶어하는 것 같지 않았던 그녀는 한솔이 읽는 책에 관심을 갖기에 얘기를 나누게 된다.

그 전에 그녀.. 아니 이제 곧 그가 될 한솔은 아직 주민등록증엔 2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보이지만 겉으로는 남자와 다를 것 없어서 입국 심사를 걱정하고 있었다. 이걸 물어보면 어쩌지.. 저걸 물어보면 어쩌지.. 하면서 말이다.


나미는.. 지금은 숨어야 했다. 언제 그 '교단'에서 잡으러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단'이 아니라고 느꼈지만 그녀는 그곳에서 도망쳤다. 지금은 몸을 숨겨야 했고, 그녀가 있는 곳을 아무도 몰라야 했다. 그래서 부산을 택했다. 그곳까지는 오지 않을 것 같아서..

그 곳에 있으면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해보려고 했다.


- 아이는 사람의 인생에서 너무 짧은 시기여서 못 보게 된 아이들은 영영 만날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우리는 어른이 되고 뭔가 빼먹은 얼굴이 돼서 만난다. 그건 못 보는 것과 같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면 전혀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것이 아닐까. 새로운 사람으로 다음 장면 같은 장소에서 만나는 것이겠지.


이야기를 읽다 보니.. 여행을 떠나고 싶은 건지..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다. 나미의 경우는 그게 확실했는데.. 한솔은... 잘 모르겠다. 정체성을 찾고 싶은건지.. 친구를 만나서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을 것 같은건지...

그럼에도...

그냥...

어디론가 가야만 할 것 같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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