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듣던 밤 - 너의 이야기에 기대어 잠들다
허윤희 지음 / 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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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험 공부를 시작하던 무렵.

초등학교 때는 아니니까 중학교 3학년 쯤이었나 보다.

서태지의 노래가 유행했고, 테이프를 못 사면 친구의 테이프를 빌려 복사를 하곤 했다.

대리점을 했던 우리 집엔 복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었고, 그 때 유행하던 공테이프도 있었다. 아마 우리 집의 공테이프는 대부분 내가 쓰지 않았나 싶다. 물론 부모님의 허락하에 그랬지만.

몇 개를 복사해서 갖고 있었는지. 그 많은 테잎들은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야자가 있어서 늦게까지 학교에 있어야 했고. 자취하는 친구들의 집에서 밥을 비벼 먹고, 저녁 시간엔 으례 그랬듯이 친구의 집에서 자기도 했고, 비가 오는 날이면 모여서 부침개를 부쳐 먹기도 했다. 지금 떠올려보니 그때가 제일 좋았다. 그냥 놀았던 것만은 아니었지만 하루가 길었던 그때 친구와 함께한 시간이 없었다면. 지루한 공부 시간. 함께 했던 휴대용 카세트. 한참 유행했었다.

야자 시간에 친구와 함께 이어폰을 나눠 끼고 재밌는 에피소드라도 나오면 그 주파수를 듣는 친구들은 큰 소리도 내지 못한 채 끅끅 거리며 웃음을 참기 바빴다.


그리고 학년마다 찾아오던 시험.

1년에 4번 보는 그 시험 때는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그리고 그 때는 공부하기가 싫어서 낮에는 자고, 밤을 새웠던 기억이 있다.

그때 빠지지 않고 들었던 라디오. 나는 공부할 때는 시끄러우면 공부가 안 됐었는데 그 때는 방도 무섭고 그랬는지 라디오를 꼭 들었다. 그리고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녹음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제목을 잊을까 봐 DJ의 목소리가 한 차례 지나가고 노래가 나오기 바로 직전 그 때 제목을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는데 녹음된 내 목소리는 어찌나 이상하던지.. ㅎㅎㅎㅎ


이 책은 바로 그 이야기다.

내가 라디오를 들었던 그때. 라디오를 진행하던 그 사람의 이야기.


- 밤새 기막힌 여행을 하고도 눈을 뜨는 순간 날아가버리는

꿈의 조각들을 붙잡아두고 싶다.

언젠가 반복되는 단조로운 일상이 지겨워질 때,

너무 익숙해져서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틈에 섞여 있을 때,

그 한 조각을 꺼내어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도록.

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내려놓지 못해 괴로운 어느 밤에

머리맡에 두고 편히 잠들 수 있도록.


- 정말 완전히 홀로 남겨지는 건 원치 않는다고.

혼자만의 시간을 갈망하지만

정말 혼자이고 싶지는 않다고.


순간순간 느꼈던 그 시간들이.

그 마음들이 이 책에 담겨있는 것 같아

읽으면서 반가웠고,

읽는 순간 눈물이 났다.

그 뭉클한 마음들.

그 행복했던 마음들이 나와 같아서.

나만 그 시간을 겪었던 건 아닌 것 같아서.


요즘 가끔 라디오를 듣는다.

출근길에. 업무 중에. 그리고 가끔 가는 카페에서.

어쩌다 듣는 사연들, 읽는 목소리들.

얼마나 그립던지. 얼마나 좋았던지.

다시금 라디오를 듣게 만드는 건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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