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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의 강역과 지리
방학봉 지음 / 정토출판 / 2012년 6월
평점 :
책이
참으로 어렵다. 그리고 불편하다.
발해의 강역과 지리라는 표제아래
지도
한 장 없는 편집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그렇게
수면제 하나를 톡 털어 마시는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잠이 깨어나는 걸 어쩔 수 없다.
그것은 중국의
동북공정에 따른 위기의식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발해의 대륙경영에 관한 잊혀진 기억을
더듬는 설레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은 지리서임에도
불구하고,
발해의 시원이라고 할 수 있는
동모산의 실증부터 글머리를 시작한다.
그렇다면 동모산은
어떠한 곳인가?
바로 태생부터가 당과의 항쟁으로 시작했던
발해의 전승유적지인 동시에 고왕 대조영이
발해를 세운 개국유적지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의 한 낱
지방제후국으로 역사 편입시킨
중국의 동북공정은 시작부터가 모순에
부닥치는 걸
말있는 역사와 말없는 땅이 증언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으로 발해의 수도였던 구국, 현주, 상경, 동경의
지리적 위치를 상세히 규명한다.
그것은 문헌적 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잊혀진 발해, 묻혀진 발해의 옛 주소를 다시 찾고자 하는
노교수의 헌신과 노력이 빛나는 학문적 작업이기도
했다.
발해사라고는 전공하지 않는 국내의 빈약한 환경
고고학적 성과라고는 모두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상태에서
나 홀로
정리하고, 이루어낸 성과로서
그의 방대한 실증자료와 저서목록은 그래서 더욱 놀랍다.
더욱이 발해의 5경과 10부 그리고 3개의
독주주를 서술함에 있어,
관할 62주를 모두 나열하며, 그
지리적 위치를 구당서, 신당서는
물론 일본서기 속 사신의
직책으로부터 유추하고, 실증해내는
역사학자로서의 풍부한 식견은
마치, 미해결 살인사건을
척척 해결해내는 명탐정 누구를 떠오르게
한다.
그만큼 공백의 역사, 그리고 망각의 역사를
복원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게다가 뜻밖에도 혹은
당연하게도
북한에서의 발해 유적지가 여전히 다수
산재해있다는
사실은 발해가 고구려의 별종이라는 구당서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의 역사임을 다시 자각하게 해준다.
또한
발해의 호수와 산을 고증하며,
그 경계에 있어, 여전히 점선을 그어야 하지만
드넓었던 강역을 영유했던 발해의 장대함은
더욱 지울
수 없는 팩트로 다가온다.
그러한 발해의 멸망이 서기 926년!
지금으로부터 1000년 하고도, 100년이 가깝게 지나간
시간
여전히 어려운 한자를 해독하며,
따가운 햇살을 내리
쬐며, 얼어붙은 동토를 밟아가며
우리가 발해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화려한 과거에 취하자는 것도,
화려한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도 아닌
우리 역사를 온전히 복원해야 한다는
당위로 부터의 출발일 것이다.
더불어 그 끝에는 역사 속 남북국 시대의 재현이라고 할 수 있는
오늘의 남북 분단의 통일 과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나 되지 못했기에 망한 고구려와 백제
나누어졌기에 망한 신라
모두가 한민족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게 분열되었기에, 대륙을 포기하게 된 한반도에서의 역사
그리고 옛 조상의 실패....!
그래서 발해통,
발해박사,방학봉 교수의 저작은
비단 지리와 강역에 그치지만
발해를 포기한 우리의 역사는
여전히 분열된 민족사임을 강하게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