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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4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불편하게 미루었던 독서였다. 왠지 모르게 거울을 보는 듯한
어둑한 부분을 보는 것 같아서일까....그렇게 미루고 미루었던
소설 '화차'를 읽었다. 480페이지의 방대한 양 그리고 카드대란과 개인파산이라는 조금은 심각한 사회, 경제에 관한 이야기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라는 작가는 놀랍게도 한 여자의 실종이라는 소재로 이 모든 내용을 흡수하며 또한 지루하지 않는 추적의 스토리라인을 통해 시종 내내 소설의 긴장감을 부여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첫 장부터 무겁게 따라오던 지루함은 어느새 호기심으로 발동되어져 손은 절로 다음 페이지를 향하게 한다.
우선 책의 전개는 공교롭게도 지난번 읽었던 제로의 포커스와 궤를 같이한다. 실종 그리고 추적 하지만 전작이 개인의 치부를 숨기기 위한 개인의 범죄에 중점을 두었다면, 화차는 다분히 개인의 범죄에 숨어있는 사회의 이면에 초점을 맞춘다. 부동산 거품과 신용불량 그리고 그 결과로 따라오는 불법추심의 비극!
그리고 그렇게 갈라지고 합쳐지는 사건의 분수령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인간의 부질없는 욕망의 흔적들이 남겨진다...하지만 그 욕망의 속됨을 탓하기에는 너무나 가여운 극중 인물들이다. 어쩌면 전형적인 신파극이라고도 할 수있겠지만, 작가는 그 모두에게 인간의 약점을 부여하며, 결국은 불완전한 이 세계의 모습을 가장 적랄한 형상으로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여느 추리소설에서니 분명하게 가리어질 결론이 이 책에서 만큼은 독백의 여운으로 끝나고 만다. 그토록 쫓아다닌 추적의 결론치고는 싱겁기가 그지없다. 하지만 형사 혼마가 그녀를 찾아가는 이유가 점차 정의감도 의무감도 아닌 그저 한 사람으로서의 호기심으로 바뀌어가는 걸 보면 이해가 되어진다. 그녀가 그토록 바꾸고 싶어하던 그 이름자 속에 얽힌 무거운 굴레가 얼마나 지독한 고통이었음을 소설은 사건의 실마리를 통해 알려주기 때문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아버지의 죽음조차 바래야 하는 역설적 상황 그리고 가족을 부숴트린 원죄같은 집에 대한 동경, 그리고 살인이라는 용서받지 못할 범죄에 까지 주인공을 집착하게 만든 그 무엇이란 과연 개인의 영역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그렇게 개인의 삐뚤어진 욕망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너무나 무겁고
복잡한 소설 '화차'
이 한권을 읽기 위해, 그동안의 독서가 있었던 듯한 깊은 울림은 그래서 더욱 오월의 밤을 침묵케하는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