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3
허영만 지음 / 월드김영사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이라고 굳이 구별해야 할까?
왠지 만화라고 하면 가벼워 보이는 우리네 관점에서
이 책은 참으로 독특하다.
특히나 만화 위인전기 이후 손을 뗀 어른에게
다시 한번 만화의 향수를 일깨워 준 건 허영만 작가
본인의 위대한 공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특히나 날아라 수퍼보드 이후 잇따른 타짜시리즈를 비롯해
꼴, 식객등으로 스토리의 저변을 넓혀나간 그의 만화이력은
은퇴를 앞둔 노작가가 아닌 변함없는 청년임을 알 수 있게 한다.
게다가 이 책은 재미있다.
그리고 진지하다.
칼이 춤을 추고, 감정에 충실하다.
초원의 법칙을 과감없이 붓끝에 그려내었다.
그래서 칭기즈칸은 위대한 인물이 아니라
변화무쌍한 한 인간 테무친으로 살아 움직인다.
아버지의 죽음, 부족의 해산, 노예생활,
탈출과 가족과의 해후 그리고 부족의 재집결
1.2.3권이 그려내는 테무친의 유년과 청년은
노도와 같은 해일속에 잠겼다고,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바위처럼 그에게는 고난이 반복된다.
하지만 벼려지는 횟수만큼 강해지는 강철검처럼
원수 앞에 무릎 꿇기보다 패배 앞에 넘어지기 보다
스스로를 단련해나가는 모습은 독하다 못해 치를 떨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박찬호가 메모하며, 스스로를 경계하는 글로 삼았다는
칭기즈칸의 말은 자뭇 남다르게 느껴진다.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아홉 살 때 아버지를 잃고 마을에서 쫓겨났다.
가난하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들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고,
목숨을 건 전쟁이 내 직업이고 내 일이었다.
작은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말하지 말라.
그림자 말고는 친구도 없고, 병사로만 10만,
백성은 어린애, 노인까지 합쳐 2백만도 되지 않았다.
배운게 없다고 힘이 없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내 이름도 쓸 줄 몰랐으나,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현명해지는 법을 배웠다.
너무 막막하다고 그래서 포기해야겠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못에 칼을 쓰고도 탈출했고,
뺨에 화살을 맞고 죽었다 살아나기도 했다.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나는 내게 거추장스러운 것은 깡그리 쓸어버렸다.
나를 극복하자 나는 칭기즈칸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