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 - 명진스님의 사회성찰 이야기
명진 스님 지음 / 말글빛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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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사춘기'라는 책을 읽었다. 

평소 매스컴을 요란하게 장식하던 스님의 인터뷰와는 다르게

잔잔한 독백의 형식으로 슬픔도 기쁨도 담담하게 풀어내는 

방식이 기존의 큰 스님들의 기적같은 포교담과 수행담과는 달리 

소담하고 편안한 이야기로 느껴졌다. 


이후 '스님의 대중 강연'을 들었다.

시간적 선후관계로 따진다면, 마지막의 일이지만 강연은 거침없고,

진솔했다. 가진것이 없으니, 가릴게 없다는 스님의 말씀처럼 속가 

신도들의 물욕에 대한 준엄한 꾸지람과 그것이 만든 물신 MB

에 대한 가차 없는 죽비 자락을 내리치는 자리가 되었다.


그리고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를 읽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이미 읽고, 보고, 들은 바가 전부인 양

크게 받은 사인 하나를 자랑으로 책장에 넣을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 인연은 묘하고 또 묘한 법이었다.

할아버지 병환으로 내려간 고향집에서의 하루는 수험생활로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주었다.

그리고 붙잡은 책이 '서이독경'이라고도 불리는 이 책이었다.


책은 펼치자 말자, 열기가 느껴진다.

화톳불가에 앉은 마냥, 쉼없이 화기가 뿜어져 나온다.

무엇일까? 그것은 ? 

아마도 시대의 아픔에 대한 자신의 무기력이 장작으로,

시대의 아픔을 낳은 자신의 방조가 기름으로 

활활 타오른 火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세시간을 읽었다.


슬프고, 분노하고, 부끄러웠다.

용산 철거민에 침묵했던 1인으로서

쌍용 해고자에 무심했던 1인으로서

지난 과거의 성공신화에 공감했던 1인으로서


그렇게 지난 4년의 기록에는 절절이 눈물이 함께 담겨 있었다.

그리고 지난 4년의 현장에는 묵묵히 스님이 함께 계셨다.


시대가 욕망의 전차를 따라갈때

국민이 물신의 강림을 희망할때

거침없이 서슴없이 죽비를 내리쳤지만

아둔하고 미련한 우리는 몰랐었다.


작금의 살림살이 하나가 중요했고

작금의 통장이자 한푼이 중요했으니까

그래서 지금의 절망으로 보상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행히 책은 절망만을 이야기하고, 포기만을 말하지 않는다.

역행보살을 비유하며, 반면교사의 예로서 잊지말아야 할 

우리네 덕목을 다시 일깨운다.


바로 '도덕'이다.


거짓과 말바꾸기에 대한 정직의 회복

권력 사유화와 국정농단에 대한 공정의 회복

민간인 불법사찰에 법치의 회복

종교 편향에 대한 중립의 회복

4대강과 구제역에 관한 자연의 회복


이렇게 끝없이 나오는 회복의 가치를 보느라면, 

그 동안 얼마나 도덕과 멀어진 삶이 

우리를 좌우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언젠가 캐치프레이즈 '기본이 바로선 나라'가 만들어진 적이 있다.

IMF를 맞이하고 난 후, 힘겨운 1999년을 지나 밀레니엄을 

앞둔 시점의 일이었다.


그렇게 천년을 내다보고 만든 구호였지만, 

우리는 불과 10년만에 기본이 아닌 편법을 정도로 알고, 지지했다.

그리고 그 결과 세대간, 지역간, 계급간, 종교간 갈등이 

폭발직전인 시대의 벼랑길에 지금 서있게 되었다.


혹자는 2013년 체제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SNS 선거혁명을 말하며, 

지금을 변화와 혁신의 시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그 모두가 방편일 뿐

'도덕'의 회복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진짜 2012년을 대한민국의 종말로

맞이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여기서 스님은 이야기한다.

단지불회 '다만 아는가 알지 못하는 줄을'

그렇게 잠시 복잡한 옳고 그름의 편견을 떠나 생각해보자.

우리의 삶이 진실로 무엇을 쫓아가야 할지를...


분명 '돈'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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