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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초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양억관 옮김 / 이상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소설리뷰 제로의 초점>
어느날 남편이 실종되었다.
그리고 남편의 형이 죽었다.
또 남편의 직장동료가 죽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은 미궁 속 사건은
남편의 이중생활에 대한 흔적으로 조금씩
뿌연 안개가 걷혀져간다.
하지만 그 비밀의 실체는 정말로 허탈할 뿐이다.
아니 어쩌면 과거에 얽매인 인간에 대한 작가의 집요한 카메라 워크가
보여주는 평범한 에피소드인지도 모른다.
너무나 깊은 원한도 아니며, 사소한 실수도 아닌
그저 자신의 과거를 지우기 위한 한 여자의 욕망이 불러온
슬픈 시대의 단면인 것이었다.
그래서 작가는 리얼리즘적인 장치를 통해, 평범한 여성이
추리할 수 있는, 일상적 힌트를 주지만, 그것이 도리어 명탐점 캐릭터에 익숙한
독자의 읽기를 방해하는 혹은 상상을 헤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읽기가 재미가 아닌 의무감으로 변질되고 만다.
우리에게도 있었던 "환향녀"라는 역사 그리고 이면에 숨겨진
자기방어적 심리기제가 묘하게 얽혀져, 뻔한 결과조차 바쁜 손걸음을
재촉하게 만드는 기묘한 추리소설 제로의 초점!
살인의 범의는 그렇게 우연이 낳은
필연의 결과임을 다시 보여준 슬픈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