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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사랑을 할 딸에게 - 딸의 사랑을 응원하는 엄마의 30년 사회생활 다이어리
유인경 지음 / 위즈덤경향 / 2015년 10월
평점 :
엄마는 내게 연애에 대한 별 다른 조언을 해주신 적이 없다. 그저 "남자를 많이 만나봐라. 엄마는 아빠밖에 못 만나봐서 그게 너무
후회된다", "능력 되면 혼자 살아라. 엄마는 찬성이다", "사랑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줄 줄도 아는 거다. 네 아빠 같은 사람 말고 자상한
사람을 만나라", "돈 없는 남자는 평생 고생한다" 등, 엄마가 아빠를 사랑하면서 후회한 몇 가지를 추려 잠언처럼 들려준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엄마의 잠언 같은 충고로 내가 좀더 나은 사랑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엄마는 당신 딸을 너무 과대평가했다는 점이다.
당시 나는 그 잠언들의 행간을 제대로 이해할 만큼 똑똑하지 못했다. 결국 엄마 말은 무시한 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만나고 사랑하고 싸우다가
헤어졌다. 남은 것은 상처뿐이고, 잃은 것은 너무 많았다. 모든 경험은 언젠가 쓸모가 있다지만 굳이 먹어보지 않아도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하는
판별력쯤은 있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물론 선택은 내 몫이었으니 엄마를 원망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 엄마가 내게 좀더 조근조근
다양한 예시를 들어 설명했다면 내가 좀더 시행착오를 덜 겪고 좋은 사람과 의미 있는 사랑을 많이 나누지 않았을까 싶다.

<내일도 사랑을 할 딸에게>는 내가 10대~20대 때 엄마에게 들었던 잠언을 한 권으로 상세하게 풀어놓은 듯한 느낌을 주었다.
유인경 작가는 자신이 만난 사람과 책과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딸에게 이런저런 사랑에 대한 충고를 끄집어낸다. 그가 꺼내는 조언은 매우
실질적이다. 나쁜 남자를 구별하는 법, 자기를 마음대로 조정하려는 남자에 대처하는 법, 무관심한 남자의 실제 마음 등, 꾸미는 태도 뒤에 숨은
상대의 진짜 모습을 보는 법에 대한 이야기들은 연애뿐 아니라 일상에서 만나는 인간관계에서도 해당되는 이야기들이었다. 이는 연인이나 부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기본이 된다는 당연한 사실 때문일 것이다.
소설가 공지영의 <딸에게 주는 레시피>가 위로와 공감을 바탕으로 한 엄마의 조언이라면, 기자 유인경의 <내일도 사랑을 할
딸에게>는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한 엄마의 충고와 지지를 담고 있다. 유인경 기자는 무조건 딸을 옹호하고 "나는 너를 믿는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남자의 태도를 이야기하면서 딸에게 너도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는지 살펴보라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너도 애매함으로 남자를
헷갈리게 하지 마라"라든지 "네 감정만큼 상대의 감정도 소중하다"같은 충고들은 보통 엄마들에게는 잘 들을 수 없는 충고들이었다. 엄마가 보기에
딸은 무조건 착하니까. 그의 이런 말들은 내게 "관계에서는 한쪽만 잘못할 수 없다. 너도 너 자신을 돌아봐라. 네가 상대에게 건강한 에너지를
나누어주고 있었는지 살펴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관계가 허물어지게 만든 데 대한 상대의 책임에만 집중하던 과거의 이기적인 나를
마주보게 되어 얼굴이 화끈거렸다.
상대의 단점을 찾는 것은 굉장히 쉽다. 그러나 모든 관계는 상호적이다. 둘의 관계가 삐딱선을 타고 있다면 나부터 좋은 사람이었는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그 단계를 거치지 않는다면 나는 누구를 만난다 해도 똑같은 시행착오를 도돌이표처럼 계속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여기서
좋은 사람은 '착한 여자 콤플렉스'에 빠진 경우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사랑하고 상대에게 건강한 에너지를 나누어주어 상생하는 관계를
이루어나갈 줄 아는 여자를 말하는 것일 게다. 책을 읽어나가며 나는 과연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마음가짐이 얼마나 있었는가 반성하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을 20대 때에 읽었다면 그 수많은 시행착오 가운데 조금은 더 유의미한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과거의 나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결국 사랑의 기본은 상호 존중이고, 헌신과 인내가 필요하단다. 사랑에서 말하는 희생은 상대를 위한 희생이 아니라 둘 사이의 조화로운
관계를 만들어내기 위한 희생이다. 사랑은 유능하고 잘생기고 매너 좋은 완벽남을 어떻게 하면 내 사람으로 만들까 테크닉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살고 싶은 세계, 자신이 원하는 미래의 삶의 무대에 그대와 함께 있는 모습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뿌듯해지고 행복한 느낌이 들어야
한다."
"남자를 보는 눈을 키우려면 무엇보다 네 자신을 잘 파악해야 한다. 네 자신의 장점과 약점, 너의 취향과 미래관, 어떤 상대를 만났을 때
너의 태도와 책임감 등은 어느 수준인지 먼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그래야 상대를 파악하는 지혜도 생기는 것 같다."
"이것만 먼저 알면 된다. 좋은 사람이 되어야 좋은 사랑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넌 이미 충분히 좋은 사람이라는 것도."
"사랑은 의지를 가지고 뛰어드는 것이지 빠지는 것이 아니다. 사랑을 주는 것은 희생하는 것이나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나의 힘, 나의 능력을
표현하는 것이다."
"꼭 연인과의 사랑에서 느끼는 두려움만이 문제는 아니다. 모든 대인관계, 직업이나 직장생활, 심지어 우리 사회 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우리가 스스로를 얼마나 많이 묶어두는지 모른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무조건 자신을 맞추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나는 게 낫다. 1만 명의 이상형이 되려고 자신의
생각과 취향을 감출 것이 아니라 네 생각에 공조하는 팬 한 명을 만나는 것이 훨씬 쉽고 좋은 결과를 가져온단다."
"그 남자가 너 때문에 떠난 게 아니야. 자기가 떠나고 싶어 떠난 거야. 근데 왜 모든 게 네 문제라고 생각하니. 넌 그 자체로도 좋은
사람인데."
"서로 성장하는 비결의 기본은 '상대가 좋아하고 추구하는 것들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것'이 아닐까."
"딸아, 이미 완벽한 완성남을 찾기보다 서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남자와 함께 성장하길 바란다. 결점이 없는 남자를 만나려 하기보다
자격지심이 없는 남자를 만나기 바란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란 말처럼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로 등을 밀어주고, 손을 잡아
이끌어주며 차곡차곡 성장해보렴. 혼자 악착같이 올라선 산의 정상보다 같이 땀 흘리며 올라간 산의 정상이 더욱 흐뭇하고 보람 있단다."
"소울메이트란 만나면 장밋빛 행복감이 차오르는 관계가 아니다. 상대방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존재다. 그러니 연인과 같은 열정적인 관계는
안정과 평온한 상태에서 변화를 줄 수 없으므로 소울메이트의 역할을 상대방에게 기대하면 둘 중 하나는 떠날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사람을 잘 파악하는 간파력이란다. 사랑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랑에 빠지는 너도, 네가 사랑하는 그도
사람이다."
"남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에 대해 확신이 있으면 기꺼이 자신을 스스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한다. 그게 사랑이다."
"근사한 남자보다 친절한 남자를 만나라. 친절의 기본은 관심을 가져주고 네 말을 차분히 들어주는 것이란다."
"혼자만 애써 노력하진 말길 바란다. 누군가에게, 특히 애인에게 예쁨받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고 직접 말로 확인하면 자존감이 상승하게
된다. 사랑을 하면 예뻐진다는 것은 사랑하는 네 마음 덕이기도 하지만 그 사랑이 홀로 외롭게 부르는 솔로 노래가 아니라 아름다운 화음의
듀엣이어서다."
"결혼은 완벽한 상대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상대를 만나 완벽하게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결혼이 부족한 사람, 상처가
많은 사람을 만나 치유해주는 간호과정이나 봉사활동은 더더욱 아니다. 헌신과 보살핌을 위한 결혼생활은 자신의 이익이나 필요를 쫓아가는 것보다 더
나쁠 수도 있다."
"네가 먼저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키워가는 사람이어야, 건강한 야망을 건강하게 키워가는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 누구도 너를 함부로 대하게 두지 마라. 널 함부로 대하는 이들을 용납하는 것은 네가 스스로 그의 노예가 되기를 자처하는
것이다."
"상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무조건 사랑받기만 원해서는 안 된다. 사랑도 예술이고 기술이고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커플이 건강한 관계를 맺고 있다면 서로 지도나 충고를 구하며 의지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가끔은 상대의 말을 듣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그 어떤 말보다도 상대에게 더 많은 것을 말해줄 때가 있다. 그가 만약 불평하고 힘들어한다면, 그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만큼
널 충분히 믿고 있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너니까 하는 말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그런 신뢰를 배신하지는 말아라."
"정말 사소한 것인데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뭔지 아니? 그가 원하지 않는 것을 하지 않는 것 또는 그가 듣고 싶지 않은 말을 하지
않는 것이란다."
"지금 당장 헤어져도 될 만큼 최선을 다하렴."
"가장 중요한 것은 네 자신이고 너의 행복이다. 무엇보다 네가 행복하지 않은 사랑을 할 이유가 뭐가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