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만들지 않는 고전 공부의 힘
조윤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누군가 내게 사회생활에서 가장 힘든 점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이라고 대답할 것 같다.

누군가와의 껄끄러운 관계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이놈의 회사 때려칠까' 고민하기도 하고,

내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누군가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또 때로는 상대의 날카로운 반응에 남 몰래 울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마음이 편하면 고된 일도 기꺼이 할 텐데, 말은 쉽지만 행동은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상대의 마음을 해치지 않으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적을 만들지 않는 고전공부의 힘>은 '적을 만들지 않는 관계의 지혜'를 동양고전 속 인물들의 사례를 통해 빌려온다.

관계로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고전 속 인물들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와 타산지석으로 삼아

오늘날의 교훈으로 삼으라는 것이 이 책의 주제다.

예나 지금이나 관계에 대한 고민은 변하지 않아서, 그들 또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 같다.

 

책에서는 <사기> <순자> <논어>와 같은 익숙한 고전부터 <정관정요>, <설원>, <후한서> 등 조금은 낯선 고전까지 다양한 동양고전의 이야기가 망라되어 있다. 책을 읽다보면 나와 다르지 않은 그들의 모습에 위안을 얻기도 하고, 또 때로는 기가 막힌 영웅의 관계술에 무릎을 탁 치기도 한다.

 

저자는 상대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우선 자기 자신부터 바로세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 같다. 스스로 바로 서지 않으면 상대도 나를 비뚤게 볼 것이다. 책에는 "사람을 알려면 먼저 자신을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을 아는 것은 지혜로움이지만 스스로를 아는 것은 명철함이다" 등의 문장이 나오는데,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남의 탓만 했던 내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서툰 인간관계로 상처받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성애 is
백상현 지음 / 미래사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종이 아깝다 못해 이 글을 쓰느라 사용한 전기까지 아깝다. 이런 책 내주는 출판사는 대체 뭐하는 덴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머니
강상중 지음, 오근영 옮김 / 사계절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한국에도 일본에도 속하지 못하는 재일 한국인들은 어떻게 국가 없는 나날을 견뎌왔을까.

강상중은 자신의 어머니 삶을 들여다봄으로써 재일한국인의 역사를 생생하게 복원한다.

<어머니>는 국가가 없는 세계에서 철저한 각자도생으로 살아남은 한 재일한국인 여성의 이야기다.




흔히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라고 말하곤 하는데, 이 책에 나오는 어머니는 그 문장의 표본을 보여준다.

그의 어머니는 열여섯에 나라를 잃고 일본으로 건너가 고철을 주운 돈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심지어 갈 곳이 없는 같은 조선인 출신 과부, 이와모토 아저씨까지 떠안은 채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그녀는 견디기 어려운 환경에 처할 때마다 "어떻게든 될 거야"라는 말을 중얼거리거나

어릴 적 살던 고향인 진해 산천에서 부르던 "한숨 같은 노래"를 중얼중얼 읊조리고는 했다.

그러한 말들은 타향살이를 견뎌내는 주문 같은 것이었다.


그녀는 배움이 얕은 자신을 한탄하곤 했는데,

자신의 '난민 같은 삶'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가 단지 배움이 얕기 때문이라 생각하는 듯했다.

그녀의 상식으로는 엄연히 태어난 나라가 있는데 나라가 없는 국민처럼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결코 이해할 수 없었다.

나고 자란 진해가 바로 지척인데 갈 수 없는 땅이 되었고, 이미 몇십 년을 살아온 일본에서는 '조센징은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영문도 모르고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려다니는 개인의 삶은 이토록 한스럽다.


역사는 돌고 돈다.

70여 년 전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지난하게 살아가던 강상중 어머니의 삶은

2014년 4월, 국가에 의해 아이들을 빼앗긴 세월호 유가족에게 바통을 넘겼다.


분명 헌법은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1900년대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능력이 안 되었고,

2014년의 국가는 돈과 탐욕에 눈이 멀어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저버렸다.

그들은 생존이 기본 과제인 삶에서 실체 없는 국가는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개인은 어짜피 존재하는 줄도 모르고 살던 국가따윈 무시하고 각자도생으로 발길을 옮기면 그만일까.

강상중 어머니의 지난한 삶이 그것은 정답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국가라도 그마저 존재하지 않는다면

개인은 결국 비극으로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음을 온몸으로 보여주지 않았나.


타지에서 눈물 흘리던 재일한국인의 삶,

세월호와 함께 잠겨 사라진 300여 명의 삶,

개인의 희생은 이것으로 이미 충분하다.


우리는 탐욕으로 침몰하는 국가를 똑똑히 지켜보아야 한다.

그들이 아이히만이 되는 모습마저 잊지 않고 기록해내야 한다.

그리고 자꾸만 그들의 탐욕에 저항하고 모여 외쳐야 한다.

무너지는 국가를 바로잡는 길을 그것밖에 없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비극은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

단, 우리가 눈을 감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안의 사회학 - 무엇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가
하인츠 부데 지음, 이미옥 옮김 / 동녘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오늘날 우리는 모든 선택에 리스크를 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불안하고 위태로운 사회에서 살고 있다. 우리 가운데 대부분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30여 년 동안 공부하고, 30세부터 20여 년 동안 일한 뒤, 50여 세에 정년을 맞아 100세까지 살아가야 한다. 화이트칼라로 월급을 받으며 일할 수 있는 기간이 20년뿐인 것이다. 심지어 30세에서 50세까지, 20년 동안 벌어들일 수 있는 내 월급에는 취직되기 이전의 내 삶, 50세 이후의 내 노후, 심지어 내 자식의 미래와 내 위 세대인 부모의 노후까지 주렁주렁 달려 있다. 그러니 우리는 돈을 벌기 전에도 불안하고, 돈을 벌고 있을 때도 불안하고, 돈을 벌 수 있는 나이가 지나도 불안하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불안한 상황에서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불안의 사회학>에 나타나는 사회는 불안으로 만연해 있었다. 책에서는 다양한 개인의 불안이 언급된다. 책에 나오는 내용들은 분명 독일의 사례이건만, 한국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복지선진국으로 명명되는 독일임에도 중산층은 중산층에서 이탈될까봐 불안에 떨었고, 사회적 약자들은 지금보다 밀려나 건강 등을 잃고 일할 수조차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까봐 불안해하고 있었으며,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은 관계가 허물어질까봐 전전긍긍했고, 개인들은 인터넷에 내 모든 개인정보가 떠다니고 국가가 나를 사찰할까봐 걱정했으며, 이방인들이 자신들을 위협할까봐 불안해하고 있었다.


책에는 불안이 어떻게 사회적 약자를 탄압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이 부분이 우리가 불안을 제거해야 할 가장 큰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은 혼자 공포에 떠는 것을 넘어, 타인까지 해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서 불안은 '북한과 통일하면 우리 세금이 무한정 들어간다', '제3국 사람들이 우리 일자리를 다 빼앗아간다'부터 흔히 일베하는 남자들의 여성혐오까지, 다양한 형태로 재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개념들은 개인을 파편화시키며,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 사이에서 누군가는 사회적 이익을 가로채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버이연합에 돈을 대주는 모 집단이 될 법하다.


불안이 이미 사회에 만연한 현상이라면 그것을 사회가 존재하므로 생산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불안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불안이 어떻게 생산되고 또 소멸하는지 들여다보라고 한다. 이는 즉 불안을 유발하는 요소들을 통제한다면 좀더 긍정적인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까. 불안을 없앨 수는 없다. 그러나 통제할 수는 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불안에 대한 면역력을 기르는 법은 사실 꽤나 미약하다. 타인은 원래부터 불안하고 예측 불가능하며 불안정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 불안 속에서도 웃음을 유발하는 것 등인데, 이것으로 어떻게 불안을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불안을 준 것이 '타인'이듯, 불안을 제거할 방법 역시 '타인'이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타인을 적으로 간주했을 때는 분명 불안을 주는 존재이나, 그를 공동체의 한 사람, 나와 같은 인간으로 보았을 때는 비로소 불안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언제나, 정답은 공동체에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을 품는 능굴능신의 귀재 유비 삼국지 리더십 1
자오위핑 지음, 박찬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삼국지>와 <손자병법>이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소비되는 이유는,

그 책에서 나오는 인물들의 환경이 오늘날을 사는 우리와 그닥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춘추전국시대는 약육강식의 세계였고,

먹지 않으면 먹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이 결국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다. 

약육강식 세계라는 말은 어쩌면 좀 비정해 보일지 몰라도

춘추전국시대와 오늘날의 시대를 설명하는 가장 그럴듯한 단어일지 모른다.

 

세상에 훌륭한 사람은 너무도 많다.

지금 세상은 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알아주지 않기에,

그들 틈에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돋보여야 한다.

그러나 내게는 금수저를 물려줄 부모도 없고,

무조건 나만 믿고 따라올 듬직한 지원군도 전무하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이 책은 조조나 손권에 비해 머리도 특출나지 않고 자원도 없고 출발도 늦은 유비라는 인물이

어떻게 천하를 호령할 수 있었는지 그 방식을

소설 <삼국지연의>와 정사 <삼국지>를 통해 살펴본다.

 

이 책에는 유비의 다양한 처세비법이 나오는데,

가장 돋보이는 점은 바로 자신을 한껏 낮추어 상대를 높이는 전략이라 생각이 든다.

유비는 '얻으려면 내려놓아야 한다'는 문장의 의미를 놓치지 않았고,

결국 이 방식으로 원하는 사람을 자신의 품에 안을 수 있었다.

그러한 방식은 정말 유비의 성정이 선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사람을 품기 위한 전략적인 측면도 있었다는 것이 이 책이 주장하는 점이다.

그것을 자오위핑은 '능굴능신'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비정한 약육강식의 세계라 할지라도,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기꺼이 자신을 낮추어 상대의 진심을 얻는 자만이 유비처럼 원하는 것을 손에 넣게 되리라는 말을 이 책은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