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언제나 용기의 문제 - 소심한 여행가의 그럼에도 여행 예찬
이준명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을 수시로 떠나던 때가 있었다.
일상이 지겨워서, 자꾸만 피하고 싶어서,
일상에서 벗어나는 가장 합법적인 방법이 여행이라서
자꾸만 여행을 '이용'했다.


그런 여행은 나를 더 불행하게 만들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열심히 이것저것 보고 듣고 먹고 마시며 즐기려 했지만
결국 나는 일상에 돌아와야 했으니까.
벗어나려던 일상에 돌아왔을 때에는 허무함밖에 남지 않았다.

 

내 여행은 왜 실패했을까.
'여행은 적어도 일상보다는 나아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쉬지 않고 돌아다녔고,
적어도 남들이 한 번쯤 들리는 핫플레이스는
무조건 방문하기 위해 노력하는 안전빵 여행이었고,
이는 정해진 일상에서 벗어나겠다고 떠난 여행에서 또 다른 정해진 선택을 했던 결과이지 않았을까. 
그런 여행은 내게 '나도 어디어디를 다녀왔다'는 뿌듯함과
SNS에 올릴 그럴듯한 사진 몇 장 외에는 특별한 감흥을 남기지 않았다.

 

지금은 비행기에 잘 오르지 않는다.
반복적인 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사실 비행기에 타지 않아도 우리는 언제나 떠날 수 있다.
정해진 루틴에서 벗어나 삶을 낯설게 만들 수 있다면
그 순간이 바로 여행의 시작이다.

 

 

<여행은 언제나 용기의 문제> 저자인 이준명 여행작가는
남들이 자주 다니는 동남아 휴향지 같은 여행장소보다는 주로 오지를 많이 다녔다.
짐가방을 도둑맞고, 50여 시간 동안 엉덩이가 박일 때까지 버스를 타고,
빈대에게 밤새 공격을 당하고, 짐꾼과 운전사에게 사기를 당한 경험을
구구절절 끝도 없이 나열하면서도 마지막에는 기꺼이 여행하라고 '여행예찬'을 한다.
(독박육아로 힘들다고 엄청 징징거리다가
'그래도 좋아. 너도 얼른 결혼해서 아기 낳아' 하는 언니 느낌ㅋㅋ)

 

그도 그럴 것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여행을 설명하는 문장들은
삶을 설명하는 문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분명 여행을 삶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여행으로 대표되는 삶의 흔들림을 거부하지 말고
함께 흔들려보라고, 기꺼이 망가지는 용기를 가지라고, 위험을 즐겨보라는 권한다.
소소한 좌절들이 모여 우리를 좀더 나은 삶으로 안내하는 법이니까.

이 책의 제목이 '여행은 언제나 용기의 문제'인 이유는
'용기만 있다면 삶도 여행이 된다'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저자는 유목민과 같은 여행을 꿈꾸는 것 같았다.
자꾸만 떠나려고 시도하지만 억지로 떠나지는 않는다.
순리에 따라 있던 자리를 벗어나지만 또 다른 인연에 따라 또 그 자리로 돌아오는,
그저 운이 맞으면 가고, 운이 맞지 않으면 또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
그런 것이 여행하는 삶, 삶 같은 여행이라면
누구든 기꺼이 용기내어 떠나야만 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본격 한중일 세계사 2 - 태평천국 라이징 본격 한중일 세계사 2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태평천국의 난은 1850년부터 1864년까지

19세기 근대에 청나라에서 일어난 내분으로,

태평천국이라는 종교가 주축이 되어 이루어졌다.

 

천하 난세에 사이비 종교가 득세하고,

개성 강한 영웅들이 나타나 일약 활약하며 14년을 지배하다가

시나브로 권력욕으로 부패해 쓰러져가는 장면이

흔히 상업영화의 흥미진진한 시나리오처럼 느껴지는

역사적 장면 가운데 하나같다.

 

이런 역사적 재미를 역사만화가 굽시니스트가 그냥 놓칠 리 없다.

<본격 한중일 세계사 02> ‘태평천국 라이징에서는

태평천국의 난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룬다.

 

 

저자는 태평천국의 난이 아닌 태평천국전쟁이라는 표현을 쓴다.

흔히 이라고 표현하니 작은 내분일 것 같지만

이 기간에 북쪽에 있는 감숙성을 제외하면 모든 성을

태평천국군이 지나갔다고 할 정도로 규모가 큰 내전이었기 때문에

이를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장치일 것이라 생각했다.

 

양수청을 필두로 한 사이비 종교 태평천국의 부흥과

전쟁의 신 석달개의 눈부신 활약,

예수님에게 빙의된 소조귀와 하느님에게 빙의된 양수청의 행각 등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만화적 요소를 만나면서 깨알 재미를 준다.

 

태평천국에 대해 다루는 일반 단행본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만화를 활용해 역사를 표현하다 보니

자칫 역사의 선을 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는데,

저자는 이 선을 아슬아슬하게 잘 지키고 있다.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

과장과 왜곡 없는 역사 만화로 잘 꾸며놓았다.

역사를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추천도서로도 추천할 만하다는 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튼, 방콕 - 방콕은 또 한 번 이겼고, 우리는 방콕에 간다 아무튼 시리즈 11
김병운 지음 / 제철소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튼 시리즈를 볼 때마다
'덕후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명제가 떠오른다.
어떻게 이토록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 자신이 사랑하는 그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심지어 그것으로 짧은 에세이까지 쓸 수 있는지
경탄스럽다.

그 어떤 일에도 미지근한 사람인 나 같은 사람에게는
아무튼 시리즈의 저자들이
딴 세상 사람들 같을 수밖에.

아무튼,
아무튼 시리즈가
워낙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시리즈인 만큼
내게 친숙한 소재를 손에 집게 되는데,
첫 번째는 저자와 지역 모두 친숙한 <아무튼 망원동>이었고,
두 번째는 내가 한 번 여행해본 바가 있는 <아무튼 방콕>을 선택했다.

 

방콕 여행을 가기 전에 이 책을 읽고 갔다면
저자의 여행 코스와 내 여행을 비교하며
좀더 색다르게 돌아다녀볼 수 있었을 것 같다.

방콕 여행 초반에 가장 고통스러웠던 점은 택시였는데,
이 책을 읽었다면 가자마자 그랩(grab) 깔고 바로 이동했을 듯.
내 기억에 방콕에서 그랩을 이용하기 전과 후는 지옥과 천국만큼의 차이였던 기억.

책은 여행에세이 같기도 하고,
연애에세이 같기도 하다.

저자가 방콕을 사랑하는 이유는
마음껏 먹고 놀고 쉬고 즐겨도 '가성비 갑'인 것뿐 아니라
그 모든 즐거움을 애인과 함께여서라는 분위기를 물씬 풍기기 때문.
사랑하는 애인과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함께 읽으면 좋을 듯.
물론, 같이 갈 애인 없이 읽을 때는 조금 서러울 수도 있겠다. 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선, 합격, 계급 - 장강명 르포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년실업율이 9.9퍼센트를 육박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다.

열 명 가운데 한 명은 한 번도 일을 해보지 못했다는 의미다.

그나마 직업을 구한 이들도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비정규직이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너도 나도 대학 1학년 때부터 대학전공이 아닌 공무원 시험 과목을 준비하고,

각종 공모전과 봉사활동으로 4년을 보낸다.

제때 취업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니, 졸업을 유예해서라도 대학생 신분을 유지하려 한다.

이렇게 청년들은 직장을 찾기 위해 아우성인데, 기성세대들은 뽑을 사람이 없다고 난리다.

이 간극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

기성세대들은 말한다.

요즘 애들은 너무 눈이 높아’, ‘모험정신이 없어’,

중소기업에서 우선 실력을 우선 쌓아라.’

하지만 청년세대들은 안다.

한 번 잘못된 사다리를 선택하면 다시는 옮겨 탈 수 없다는 것을.

이 나라는 단 한 번의 실패도 용납하지 않으니까.

장강명 작가의 <표백>에서 나오는 대사처럼

도전과 모험이 그렇게 좋은 것이라면 기성세대들이 벌써 했을 것임을 그들은 안다.




장강명 작가는 <당선, 합격, 계급>에서

문학계의 공모전과 기업의 공채 시스템에 대해 살펴본다.

각 시스템을 비교 분석하고, 이를 통해 한국의 경직성을 밝힌다.

 

책에 따르면 두 시스템 모두 뛰어난 소수를 선정하기 위해 탄생했지만

진흙 속 진주를 발견하기보다는

진흙을 걸러내는 역할로서 작용한다는 내용,

결국 개인의 개성과 창의성에 두각을 나타내는 이보다는

대체적으로 무난한이를 고를 수밖에 없는 시스템 등을 언급하고 있다.

-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오찬호 선생의 <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가 떠오른다.

모두가 시험에 매달리는 시스템,

한 번 낙오되면 다시 오를 수 없는 사다리,

제도권 안에 들어가기 위해 점점 더 보수화되는 이들.

고작 평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죽도록 노력해야 하는 사람들.

작은 자리를 놓고 수많은 사람이 애를 쓰는 아귀다툼.

그리고 이러한 기회마저 얻을 수 없는 또 다른 수많은 약자들.

-

결국 문제는 다양성이다.

장강명 작가는 이 다양성을 담보하는 방안으로

독자들의 문예 운동을 제안한다.

기존에 상류 위주로 설계된 간판을 허물고,

공모전 외에 다른 방식으로도 충분히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끔 돕는 공동체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기존의 시스템에 더해 새로운 시스템이 적용된다면

지금처럼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수십, 수백만 명이 달리는 상황은 재현되지 않을 것이다.

-

그들에게 모험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한다고 다그칠 것이 아니라,

모험하고 실패해도 괜찮은 사회를 함께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런 사회를 만든 건 기성세대이므로.

자신들도 좋은 세상을 못 만들었으면서

젊은이들에게 윽박지르는 건 너무 무책임하지 않은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인 가구 돈 관리 - 초보 혼족의 슬기로운 경제생활
공아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부모나 룸메이트, 짝꿍과 함께하는 생활은 여러 모로 이득이다.

모든 공동체 생활이 그렇듯이 자율이라는 면에 일정 부분 제약을 받는다는 단점은 있으나,

기본 생활비가 절약된다는 경제적인 면부터

혹시라도 내가 놓친 부분을 상대가 챙길 수 있다는 점,

내가 약해졌을 때 내 부족한 지점을 받쳐줄 누군가가 있다는 점까지

육체적 정신적으로 의지할 사람이 생긴다는 부분은 분명 큰 강점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적합한 메이트를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스무 살 때, 얼결에 자취생활을 시작한 뒤에

(그러니까 혼자 살 수밖에 없어졌을 때야 비로소)

혼자 사는 기술을 스스로 몸으로 부딪혀가며 배웠다.

엄마는 내게 밥솥 쌀에 물 맞추는 법 정도의 생활 상식과,

남자 조심하라는 두루뭉술한 조언 정도밖에 해주지 못했다.

네 용돈은 네가 벌라는 엄마의 말에 따라 열심히 이런저런 알바를 끊임없이 했지만

미래를 위해 지금부터 돈 관리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그 덕에 자취 초반에 집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며 한껏 자유를 누렸고,

어떤 남자를 조심해야 하는 건지 몰라 일단 만나서 부딪혀본 뒤 상처받았다.

수능 끝난 19세부터 경제활동을 시작했지만 그때 그 돈들은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물론 스무 살의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겠지만,

세상에는 애써 경험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방법이 많은데

굳이 스스로 부딪혀야 했을까 생각해보면 좀 회의적이다.

 

지금의 내가 스무 살의 나에게

앞으로의 인생을 위한 팁을 전해줄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해줄지 아주 분명하게 떠올릴 수 있다.

 

나는 나에게 나를 좀더 아끼는 법을 알려줄 것이다.

내 공간을 내가 가장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가꾸라고 조언할 것이고,

그 쓰레기 새끼랑 당장 헤어지라고 혼낼 것이고,

지금을 위한 즐거움과 미래를 위한 투자를 구분해 소비하는 법을 가르쳐줄 것 같다.

 



공아연 작가의 <1인 가구 살림법><1인 가구 돈 관리>

이제 막 혼자 자취를 시작했던 스무 살 내게 건네고 싶은 책이다.

 

작년에 <1인 가구 살림법>을 읽으며 나는 베이킹소다와 구연산, 과탄산소다를 구비해놓는 등

특히 세탁 청소 부분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다.

7장에 1인가구를 위한 금융, 돈 관리 부분이 나오는데,

이 부분을 읽으며 ‘1인 가구 돈 관리법도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내 맘을 누가 읽었는지, 올해 나온 두 번째 책은 <1인 가구 돈 관리>라고.

전작이 혼자 사는 이를 위한 베이스캠프를 꾸리는 작업이었다면,

이번 책은 혼자 사는 이를 위한 든든한 구명용 라이프장비 같다.

혼자든 둘이든 자신의 삶을 온전히 즐기기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 느낌이다.

 

이번 책 역시 초보 1인 가구를 위한 A to Z인데,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미 금융에 관한 기본 지식이 있는 내게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이제 막 혼삶을 시작한 이들에게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는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것 같은 예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