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집 작은 살림 - 매일 단정하게 가꾸는 홀가분한 삶
박현정 지음 / 위즈덤스타일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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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이다.

지금처럼 편하지만 편안하진 않은 아파트에서의 삶이 아니라

작지만 흙과 풀이 함께 있는 나만의 전원주택에서 사는 것이.

 

직접 지은 작은 집에서 남편과 고양이 두 마리,

우리 네 식구 소박한 살림으로 하루하루를 꾸미는 것.

정말 딱 필요한 물건만으로 채워진 우리만의 공간.

더는 더할 것도, 거둘 것도 없는 소박한 모습.

크지 않은 마당에 텃밭을 놓아

우리 식구 함께 먹을거리를 직접 재배하고,

햇살 드는 작은 거실에 고양이들 해바라기하는 곳.

 

<작은 집 작은 살림>은 그런 나의 꿈을 떠올리게 해주는 책이었다.

 

사실 이 책의 저자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살림이 많아서 약간 당황했는데,

'작은'이라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 다른 것을 떠올리며 넘어갔다.

이분의 '작은'은 이 정도구나, 하고.

 

부러운 것이 있다면

이분이 키우는 강아지 고양이가 보여주는 포근한 표정이나

직접 말린 수국의 소박한 모습 등.

'내가 직접 만드는 공간'이 주는 아늑함에 이끌려

지금 당장이라도 전원 주택을 짓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직장과 가까운 큰 도시에 붙잡혀 있는 삶이지만

언젠가 기회가 닿는다면 나도 꼭 이 사람처럼, 땅과 함께 살아야지.

그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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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전선 -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은유 지음 / 메멘토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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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누가 보든 말든, 내 글을 잘 썼다 못 썼다 품평하든 말든

아무렇게나 막 써내려가지만 내게도 글쓰기가 두려운 때는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두려운 시기를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다.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함께하던 내 직장동료는 달필가였다.

두 명의 신입을 한번에 가르치기 어려웠던 내 사수는 모든 미션을 둘에게 똑같이 주었다.

둘이 쓴 글 가운데 더 잘 쓴 글을 싣는 대결 방식이었다.

글쓸 일이 많은 직업이라 그의 장점은 곧 그의 모든 것이 되었고, 나는 늘 그를 받쳐주는 역할을 해야 했다.

모든 이가 그를 좋아했고, 나는 갈수록 주눅이 들어 내 글쓰기는 점점 쭈구리의 그것이 되었다.

생각을 말로 옮기는 것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었고, 내 글쓰기는 자꾸만 동료의 그것을 닮으려 했으니,

남의 옷을 입은 것마냥 볼품없었다.


그러다가 딱 한번 그 친구보다 내가 더 잘쓴 적이 있다.

각자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 사연 속에 책 속 구절을 섞어 은근히 책을 홍보하라는 미션이었는데,

나는 우리 엄마로 빙의되어 엄마의 처녀적 삶과 어려움, 그리고 나를 낳고 지금까지 맞벌이하며 살아가는 고단함에 대해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사연을 보낸 대부분의 라디오 방송에서 내 글을 읽어주었고, 그 덕에 각 방송국에서 갖가지 선물을 받았다.

독일제 화장품, 패션잡지 6개월 구독권, 여성의류 전문점 상품권, 2인용 전기장판까지.

그것들이 내가 글로 얻은 첫 수확이었다.

그 이후 비로소 나는 그 직장동료와 스스로를 비교하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는 내가 엄마의 삶을 알고, 엄마의 고단함을 적극 공감한 결과 나온 글쓰기였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감응하는 글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감동시킬 수 없다는 것도.





<글쓰기의 최전선>은 글쓰기에 관한 책이지만 글쓰기 스킬보다는 글을 쓸 때의 자세나 마음가짐에 대한 책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수유너머에서 진행한 글쓰기 수업을 바탕으로 그 당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자신의 워킹맘으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그와 그의 수업을 들은 사람들은 글을 쓰면서 삶을 치유하고, 세상과 감응하고,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글쓰기가 삶에 필요한 이유는 이것이 아닐까.

삶이 고통일 때는 글을 써야 한다. 내 경험상 진심을 담은 글 한 편은 반드시 나를 구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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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사회 - 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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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파견직, 계약직, 외주, 아르바이트까지 단어는 달라도 의미는 하나다.

본인 대신 책무를 이행할 누군가를 싼값에 그 자리에 세우는 것.

정규직을 대신할 비정규직, 비정규직을 대신할 외주자 또는 아르바이트를 세워놓는 식이다.

단 몇 푼의 돈으로 나의 의무와 책임을 이토록 쉽게 일임할 수 있는 나라가 또 있을까.

결국 주체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이 생겨도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내 소관이 아니다'라는 말만 되뇌일 뿐이다.

이처럼 대한민국은 '대리'가 일상이다.

인문학자 김민섭은 이러한 오늘날 사회적 현상을 '대리사회'라 명명한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로 대학의 불합리성을 고발한 저자 김민섭은

이제 대학이라는 제한된 틀에서 빠져나와 '길 위의 인문학자'로 바로선다.

이 책은 그 거리에서 지은 첫 책이다.

시간강사와 맥도날드 야간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그는

이제 글쓰기와 대리기사로 직업을 전향해 새로운 벌이를 시작한다.

그리고 대리기사를 수행하며 겪은 많은 사건들을

오늘날 사회와 결합시켜 이해하기 위해 이 글을 써내려갔다.


책에서 살펴볼 수 있는 대리기사의 일과는 마치 신문을 읽는 것처럼 생생하게 전달된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사회의 한 단면을 읽게 된다.

남의 운전석에서 그가 바라본 현실은 적나라했다.

카카오톡으로 이루어진 계약 관계는 단번에 갑과 을을 지정해낸다.

갑은 돈이라는 재화를 지불했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노동력뿐 아니라 영혼까지 좌지우지하려 든다.

반면에 을은 갑 대신 앉은 자리의 등받이 의자 하나도 자신의 몸에 맞게 끌어당기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노동자를 막대하는 사장, 그 사장 앞에서 아무 말 못하고 당하는 노동자는 어디에나 있었다.

그가 보았을 때 이 사회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이었다.

누군가의 욕망에 의해 움직이면서도 감히 거부할 수 없다.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해도 함부로 항의할 수 없다.

그럼에도 동시에 그는 그곳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길이 외지니 꼭 마을버스 타고 내려가시라며 2,000원을 건네주던 손님부터,

"우리 함께 힘내요"라고 응원해주던 동갑내기 손님,

새내기 대리기사를 알아봐주고 몇 가지 팁을 알려주던 동료 대리기사들까지

저자는 자신을 '사람'으로 대해주는 그들에게서

이 사회의 견고한 시스템에 작은 균열을 일으킬 방법을 발견한다.

우리가 서로를 알아봐줄 때, 서로의 곤란을 함께 보완해나갈 때

비로소 불합리함으로 견고한 사회에 균열을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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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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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신간을 읽었다.

제목은 <우리의 소원은 전쟁>.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김씨 왕조 붕괴 이후 남한에 흡수통일되어 혼란스러운 북한의 상황을 설정해놓고,

평화유지군, 남한정부, 통일과도정부(북한공화국), 함경도 장풍군 내 폭력조직의 공존과 혼돈을

박진감 넘치게 서술한다.


장강명은 <표백>으로 데뷔했을 때부터 한국의 현실문제에 관심이 많은 작가로 보였는데,

이후 <한국이 싫어서>, <댓글 부대> 등으로 현실작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우리의 소원은 전쟁>이라는,

분단국가에 사는 이만이 그려낼 수 있는 소설을 썼다.


문체는,

섬세한 감정묘사와 대사보다는

복잡하게 얽힌 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이 때문에 벌어지는 각종 사투를 묘사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처음에 소설의 맥락을 파악하기까지는 몰입이 어려웠다.

이런 진지한 류의 소설을 읽을 때 감안해야 하는 점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후 이 주인공들의 이해관계와 맥락 설명 부분만 지나가면 나머지는 술술 읽힌다.

캐릭터가 성격이 단순하고, 이해관계도 분명한 편이라 그런 듯하다.


작가가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몰라도 서술방식이 굉장히 그럴듯하고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흡수통일된다면 생길 수 있는 일을 그려냈다는 데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읽고 나면 통일이 두려워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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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 믿을 건 9급 공무원뿐인 헬조선의 슬픈 자화상
오찬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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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찬호 선생의 책을 읽으면 늘 마지막에는 우울하다.

사회가 커다란 오물에 갇혀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너무 더러운데, 그 더러운 것들을 씻겨낼 힘이 내게 없다. 그래서 우울하다.

 


 

이 책은 지금 한국사회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성장 만능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70-80년대까지는 성장주의 시스템이 잘 굴러갔다.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러나 점차 사회가 안정되고, 어느 정도 먹고살만해지면서 성장의 속도는 점차 줄어들었다.

기업은 새로운 성장 루트를 개척하기 위해 해외로 향했지만 이마저 중국 등 후발주자의 추격으로 위축된 상황이다.

위기를 느낀 기업들은 사내보유금을 꾸준히 늘이고, '또 하나의 가족'이라던 직원들을 밖으로 내몰았다.

있던 사람도 쫓아내는 세상에 새 사람을 뽑을 이유가 없었다.

일자리는 없고, 가계는 축소되고, 사람들에게 돈이 없으니 소비는 계속 줄었다.

사람들은 궁여지책으로 '아이를 낳지 않는 삶'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이들은 '비혼'을 외쳤다.

나 하나도 버거운데 아이라니, 결혼이라니 당치도 않는 말이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성장은 없고, 모두가 혼자인 각자도생의 시대를 맞이했다.


'공무원 시험'은 또 다른 각자도생의 모습이다.

애초에 갈 만한 일자리도 없고, 어찌어찌 들어간다 해도 각종 차별과 경쟁을 버텨내느니

몇 년 죽었다 생각하고 노량진에서 죽은 듯이 공부해서 붙기만 한다면 나만은 이 각자도생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라는 것이다.

심지어 공무원이란 9시부터 5시까지만 일하고, 65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며,

은퇴한 뒤에도 기업 초봉에 준하는 월급을 '연금'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닌가.

만연한 차별과 경쟁에서 살아남아도 50세 이후면 나와야 하는 성장주의 속 사기업과 비교한다면 천국 같은 곳이다.

그래서 너도 나도 공무원 시험의 열풍에 합류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옳은지에 관해서는 한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공무원 시험 열풍은 결국 각자도생 시대를 고착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억울하면 공무원 시험 쳐라'는 말이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약자와 소수자, 제도권 밖 사람들의 아픔은 도외시된다.

책에서는 100명 가운데 63명이 백수인 장애인의 실태를 무시하고

"생산성이 더 높은 사람을 제쳐두고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우대하는 건 차별이 아닌가?"라는

입이 떡 벌어지는 막말을 서슴치 않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 이야기가 나온다.

'나도 힘든데 어쩌라고'라고 외치는 이에게 타인의 아픔은 우스운 것이다.

나는 이것이 각자도생 사회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 헬조선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역시 이민만이 답인 것일까?

책에서는 구체적인 해답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정치적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말로 표현할 뿐이다.

나는 이것을 '개인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우치다 타츠루는 <어른 없는 사회>에서 세상에는 사회적 시스템이 무너졌을 때 이를 고치려는 사람(어른)과,

'야, 어떻게 좀 해봐' 또는 '이건 내 업무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아이)로 나뉜다고 했다.

이 어른의 비율이 사회의 성숙도를 결정한다. 올바른 사회는 모두의 책임이다.

우리는 이제 정치적 인간, 즉 진정한 어른이 되어야 한다.

'역시 헬조선' 따위의 자조적인 말을 버리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모두가 함께할 때만이 개인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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