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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전선 -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은유 지음 / 메멘토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이야 누가 보든 말든, 내 글을 잘 썼다 못 썼다 품평하든 말든
아무렇게나 막 써내려가지만 내게도 글쓰기가 두려운 때는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두려운 시기를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다.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함께하던 내 직장동료는 달필가였다.
두 명의 신입을 한번에 가르치기 어려웠던 내 사수는 모든 미션을 둘에게 똑같이 주었다.
둘이 쓴 글 가운데 더 잘 쓴 글을 싣는 대결 방식이었다.
글쓸 일이 많은 직업이라 그의 장점은 곧 그의 모든 것이 되었고, 나는 늘 그를 받쳐주는 역할을 해야 했다.
모든 이가 그를 좋아했고, 나는 갈수록 주눅이 들어 내 글쓰기는 점점 쭈구리의 그것이 되었다.
생각을 말로 옮기는 것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었고, 내 글쓰기는 자꾸만 동료의 그것을 닮으려 했으니,
남의 옷을 입은 것마냥 볼품없었다.
그러다가 딱 한번 그 친구보다 내가 더 잘쓴 적이 있다.
각자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 사연 속에 책 속 구절을 섞어 은근히 책을 홍보하라는 미션이었는데,
나는 우리 엄마로 빙의되어 엄마의 처녀적 삶과 어려움, 그리고 나를 낳고 지금까지 맞벌이하며 살아가는 고단함에 대해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사연을 보낸 대부분의 라디오 방송에서 내 글을 읽어주었고, 그 덕에 각 방송국에서 갖가지 선물을 받았다.
독일제 화장품, 패션잡지 6개월 구독권, 여성의류 전문점 상품권, 2인용 전기장판까지.
그것들이 내가 글로 얻은 첫 수확이었다.
그 이후 비로소 나는 그 직장동료와 스스로를 비교하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는 내가 엄마의 삶을 알고, 엄마의 고단함을 적극 공감한 결과 나온 글쓰기였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감응하는 글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감동시킬 수 없다는 것도.

<글쓰기의 최전선>은 글쓰기에 관한 책이지만 글쓰기 스킬보다는 글을 쓸 때의 자세나 마음가짐에 대한 책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수유너머에서 진행한 글쓰기 수업을 바탕으로 그 당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자신의 워킹맘으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그와 그의 수업을 들은 사람들은 글을 쓰면서 삶을 치유하고, 세상과 감응하고,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글쓰기가 삶에 필요한 이유는 이것이 아닐까.
삶이 고통일 때는 글을 써야 한다. 내 경험상 진심을 담은 글 한 편은 반드시 나를 구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