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서경식이라는 저자의 이름만보고 선택해서 잔뜩 기대하며 읽었는데, 책이 작기도 했지만 정말 가벼운 기행문 일뿐인가 반신반의하며 읽었다. 하지만 책 중반쯤 모란디에 대해 다루고 있는 볼로냐,밀라노부터 흥미가 생겼고, 쁘리모 레비와 진즈부르크, 파베세를 추억하는 토리노에서는 재미있게 읽었다.

이탈리아 인문기행 전반에 흐르고 있는 인간에 대한 회의적인 정서와 우리가 보통 기행문에서 기대하는 여행의 설렘보다 여행 내내 쓸쓸한 저자의 감정이 이 책을 받아들이기까지 한동안 내가 낯설어했던 이유인 것 같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서 저자의 삶이 궁금해졌고, 미켈란젤로에 대한 저자의 이해도 도움이 되었다.

저자의 말마따나 인간은 어리석고 무력하며, 최악의 형태를 띠고서 반복되는 역사를 이끌어 온 것일 수 있다. 저자가 겪어온 삶들이, 역사책에서 우리에게 증언되는 것들만 보아도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그 어리석고, 무력한 인간이 무자비하고 최악의 역사를 묵묵히 견디며 여기까지 이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아울러 하게 되었다. 파르티잔에 가담했던 노인이나 수용소의 벽돌공 로렌초나 살아남은 자의 고통을 지고 이리저리 고뇌하는 저자나 묵묵히 견뎌 여기까지 오게 되지 않았나. 그래서 노신사가 된 저자는 그 세월의 눈으로 미켈란젤로의 미완성의 피에타를 ‘미완성의 완성‘이라 얘기할 수 있게 되지 않았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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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8-03-24 0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경식선생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셔요 좋은 책이 많습니다 ㅎ

flower 2018-03-24 09:25   좋아요 1 | URL
그래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