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고등학교를 채 졸업하지 않은 나이에 짝을 찾아 임신을 하고 결혼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나역시 그런 친구가 몇명 있다. 걔네들은 확실히 또래인 우리보다 훨씬 세상의 험난함과 그로부터 파생되는 책임성을 일찍 깨닫고 어른스러웠던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것이 현명한 판단과 행동이 아니라는것에 동의하지만 적어도 부모님의 울타리를 벗어나 자존감을 가지고 자립하는 나름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그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것은 의존적인 또래보다 뛰어난것은 사실이지 싶다. 그런 친구를 보는 모범생 주인공은 무조건적이고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공부에만 매달리며 자기에게 집착하고 돌봐주시는 어머니의 굴레를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난 이런사람이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며 이런 일을 하고싶다고 당당하게 말하며 행동하는 친구가 부럽기만 하다. 어머니는 몸이 허약한 자식을 위해 가족처럼 지내던 개를 잡아 주인공에게 먹이려 한다. 결코 그것만은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겠노라고 다짐하지만 동네 어른들의 따뜻하고 안타까운 충고를 들어며 결국 사랑하는 개를 잡게 된다. 자기 집에서 가족처럼 지내던 개를 직접 잡으면서 세상살이의 험난함과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깨닫는다? 아주 상세히 사랑하는 개를 직접 잡는 모습을 그림처럼 그려내는 모습에서 나이를 한참이나 먹은 나역시 성인식을 치르는 착각을 느끼게 만들었다. 올가미를 만들어 다리기둥에 묶고 개의 목에 넣어 밀어 떨어뜨려 목졸려 죽게 한다음 개의 털을 불에 꺼실고 나무막대기로 깨끗하게 마무리 한다음 물로 씻어내자 흰맨살이 드러났다. 젖꼭지 사이로 잘 갈은 칼을 선긋듯이 아래로 내려긋자 검붉은 피가 솟아오르며 내장을 헤집고 갓 잡은 개의 쓸개를 떼어네서 소주잔에 넣어 동네어른과 나누어 먹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그야말로 성인식인것 같다. 다음 얘기는 문제시되는 학교에서의 왕따에 대한 얘기인데 여자아이들의 심리묘사를 아주 잘 표현한것 같다. 왕따에 참여할수 밖에 없었던 상황과 자신이 왕따가 되어지는 상황을 그리면서 그것이 얼마나 아프고 치명적인지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 가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고 부딪쳐서 스스로 해결해가는것이 성인이 되기 위한 조건이라는것을 잘 나타내어 주는 것 같다. 또 다른 얘기는 가족처럼 기르던 동물들의 죽음앞에서 생명의 존엄성과 사랑을 그리며 성인이 되기위한 조건들을 표현했다. 한낱 미물이지만 가족과 같은 정을 나누며 살아갈때는 자신의 모든것을 버려도 지켜주고 싶은것이 사랑이며 그것들은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소중한 존재이다. 사람은 돈이나 권력으로만 살아갈수 없다. 단지 살아가는 수단일뿐 결국 목적은 사랑을 주고 받으며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이다. 고집불통이고 바보스러운 할머니의 행동을 보면서 주인공은 어른이 되기 위한 조건들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