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해킹 - 사교육의 기술자들
문호진.단요 지음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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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펼칠 때만해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사교육은 어디까지 일까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현재 중3, 초6을 키우는 부모로서 아직은 버틸만하다. 초등학교때는 그 흔한 학습지도 안 풀리고 수학문제집을 알아서 풀게 했고 EBS 초등 영어 유료 또는 무료 강좌를 듣게 했다. 그런데 중학생이 수학을 어려워해서 학교에서 방과후학교 수학을 듣게 하고 있다. ‘면’ 소재지이지만 인근 동네로 학원을 픽업하거나 줌으로 수업을 듣거나 한다고 들었다. 고등학교때는 수학학원도 주말에 보내고 3년 열심히 하면 인서울은 하겠지하고 막연하게, 아니 무식하게 생각했다.

부모가 학력고사 세대이고 또 수능 첫세대로서 수능에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공정한 시험이고 사고력과 논리력을 측정해줄 거라는....

그런데 100쪽이 안되는 책을 읽고 모든 믿음이 사라졌다. 부모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교육이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규격화된 형태로 제공하게 되는 ‘사고의 외주화’라는 말이 정말 무섭다. 이렇게 되면 우리 아이의 미래 뿐 아니라 우리 나라의 미래도 정말 어두울 수 밖에 없다.

2020년대의 수능은 원리 위주의 공부를 우직하게 밀고 나가면 손해를 보는 시험이고 반대로, 수능을 최적의 공략법이 있는 게임처럼, 혹은 최선의 확률을 계산할 수 있는 도박처럼 대할수록 큰 보상을 받게 된다는 말이 정말 슬프다.

옛날의 시험은 인재를 얻으려는 방법이었지만 오늘늘의 시험은 그 반대다. 어릴 때부터 시험 보는 법만을 가르쳐서 몇 해 내도록 그것만 생각하게 만들면 그 후로는 병을 고칠 수 없다. 운 좋게 시험에 붙으면 그날부로 배운 바를 모두 잊는다. 평생의 정기를 시험에 소진했는데도 정작 그 사람을 쓸 곳이 사라지는 셈이다. 박제가<북학의> 1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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