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공간을 어루만지면 ㅣ 창비청소년문학 123
박영란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평점 :
책을 다 읽고 나니 표지가 더 마음에 든다. SF소설이 아닌데도 다른 차원과 우리 세계가 만난 듯한 꿈같은 이야기다. 고3누나인 나는 초6의 동생, 쌍화탕에 의지하는 엄마와 함께 가족을 두고 고향으로 귀촌해버린 아빠때문에 이층집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비밀의 화원 같은 그늘진 2층집을 새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상상할 수 있는 생생한 표사가 반가웠다. 그런데 전기도 끊긴 1층에는 숨겨진 또다른 가족이 있다. 대모험처럼 숲속에 있는 숨겨진 장소를 찾아갈때 나는 생뚱맞게도 설마 대마초를 몰래 재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상상을 했다. 조악한 상상력은 동생이 꽃씨를 가져다가 뿌리는 모습에서는 정말 부끄러워졌다.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이동하는 동생의 성장과 수능 압박감에 밀려 어른이 되는 고3의 내적인 은밀한 갈등이 잔잔하게 해결이된다. 두 가족이 모두 서로의 힘듬을 짐작하고 어루만지며 각자의 삶의 무게를 견뎌내며 결국엔 함께 새로운 시공간으로 나아가기를 결정한 모습에 부러움과 응원을 보내고 싶다.
생각과 몸이 따로 일때가 많은 경우 종종 시공간이 따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사실 시간과 공간은 한쌍이다. 용기내어 나의 시공간을 어루만지다 보면 나도 조금씩 더 나아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