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쥐스 1
리온 포이히트방거 지음, 김충남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소설을 읽을 때는 작가가 역사를 통해 무얼 말하고자 하는가를 봐야 한다. 역사소설은 현재와의 관계 속에서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훈이 <남한산성>에서 병자호란 전후 조선-명나라 관계 속에서 신하들이 충돌하는 것을 그린 것은 <남한산성>을 쓸 당시 한·미 관계 속에서 충돌하는 한국인들, 또 정치인들을 말하려는 것이었다.

리온 포이히트방거의 <유대인 쥐스>. 천부적인 경제 감각과 사업 수완을 가지고 있는 유대인 쥐스는 정치적인 야심이 있는 공작과 손을 잡는다. 공작을 위해 악행을 서슴치 않다가 주변에 적을 많이 만든다. 공작은 쥐스의 순백한 딸을 건드리고, 쥐스는 공작한테 복수를 한다. 딸한테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삶에 대한 쥐스의 태도가 바뀐다. 야망을 위해 행동하는 이에서 행동하지 않는 이가 된다. 후자를 허무, 무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공작들이 급사를 하자 권력구도에서 멀어져 있던 사람이 갑자기 공작이 되는 전개에서 허무적인 시각이 보였다. 5부 도입부에서 포이히트방거의 목소리로 서양-가나안 땅-동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서양에서 욕망과 행동의 물결이 가나안 땅으로 밀려 들어왔고 동양의, 행동하지 않고 무로 흘러가는 물결이 가나안 땅으로 밀려 왔다는 대목) 이 소설이 1차 세계대전 이후에 쓰여졌다는 것을 감안할 때 지금까지 우리는 세속적인 의지를 드러내며 살아왔지만 앞으로는 무위의 태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리라.

권력을 둘러싼 이들의 권모술수가 긴장감이 넘쳤다. 특히 쥐스가 돈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라 믿고 행동하는 것이 재밌었는데 욕망의 방향이 돈가방의 방향이라는 걸 생각하면 일리있는 주장이지만 어쩔 수 없이 금융업에 종사해야만 했던 유대인이 돈을 매개로 사람들을 쥐락펴락하고, 사람들이 유대인을 욕하면서도 유대인의 돈에 복종하는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이 소설에는 인물들이 환상과 꿈을 보는 장면과, 독백하는 장면이 꽤 나오는데 갈등하는 내면을 보는 것도 재밌었다. <유대인 쥐스>는 쥐스라는 유대인의 삶을 통해 당시 독일 사회의 정신적인 반성을 촉구하는 소설이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존 슐레진저 <마라톤 맨>. 악명 높은 나치 군의관을 추격하는 형과, 나치 군의관 일당한테 쫓기는 동생의 이야기가 스릴이 있는데 형이 동생과 동생의 여자친구와 처음으로 만나 같이 식사하는 장면에 눈이 갔다. 형은 동생의 여자친구에게 어느 지역 출신인지 묻고 자신의 동료가 그 지역 출신이라며 반가워하고, 동료가 스키를 잘 타는데 그 지역 유명인과 같이 스키를 탔다면서 너도 그 유명인과 같이 스키를 탔냐고 묻자 여자친구는 형의 질문에 전부 그렇다고 답을 한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자 형은 진지한 얼굴로 여자친구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말한다. 동생의 여자친구가 언급한 지명은 가짜였고, 그걸 알면서도 형은 태연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내 여자친구를 떠 봤던 것이다.

이 대목에서 쿠엔틴 타란티노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술집 장면이 생각났다. 발음이 특이한 독일군 장교(사실은 영국군인 그)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의심하며 묻는 게슈타포 장교에게 독일군 장교는 스위스 어느 시골이고, 스키를 타는 장면으로 영화에 출연했고, 하며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마라톤 맨이나 바스터즈나 나치와 싸우는 영화이고 인물의 거짓말이 긴장감을 높이는 장치로 사용되는 것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마도 쿠엔틴 타란티노가 <마라톤 맨>의 이 장면을 차용하지 않았나 싶은데, 타란티노가 단순히 따라하기만 한 게 아니라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하여 긴장감을 높였으니 재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스탄 게츠는 보사노바 앨범으로 유명한데 찰리 버드와 함께 한 <Jazz Samba>, 루이스 봉파와 함께 한 <Jazz Samba Encore>, 라우린두 알메이다와 함께 한 <Stan Getz with Guest Artist Laurindo Almeida> , 주앙 지우베르투와 함께 한 <Getz/Gilberto>, <Getz/Gilberto 2>, <Getz/Gilberto ‘76>, 게리 맥팔랜드 오케스트라와 연주한 <Big Band Bossa Nova> 같은 앨범은 대중적으로도 성공했고 음악적으로도 훌륭하다. 하지만 스탄 게츠는 성격이 개차반이어서 부인과 딸에게 가정 폭력을 행했고 주변 사람들과도 관계가 좋지 못했다고 알려져 있다. 예술가의 삶과, 그가 만든 예술을 별개로 봐야 한다고 나는 주장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연주를 한 사람이 인간적으로는 개차반이었다는 게 아이러니하고 씁쓸하다. 스탄 게츠한테 매 맞던 부인에게 이 앨범은 아름다운 연주로 남아 있을까. 매 맞던 기억을 일깨워 주던 끔찍한 연주인가. 이 앨범의 저작권으로 생계에 도움을 받은, 고마운 연주인가. 스탄 게츠 가족의 이야기가 궁금한데 인터뷰나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사실은 오늘 티나 터너가 작고했다는 뉴스를 보고 스탄 게츠를 떠올렸다. 티나 터너의 음악 인생은 두 가지로 나뉜다. 남편 아이크와 함께 한 시절-솔로 시절, 다시 말하면 남편 아이크한테 매 맞고 고통을 숨기며 무대에 선 시절-남편에게서 빠져나와 한 인간으로 당당하게 홀로 선 시절이다. 티나 터너는 강인한 여성, 멋진 여성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빌리 할러데이의 <Solitude> 앨범에는 처연함이 가득하다. ‘Love For Sale’, ‘Solitude’ 를 들어보면 알 수 있는데 이 곡들을 이렇게 애달프게 부르는 이는 보지 못했다. <Solitude> 앨범을 듣고 스산한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어대는 풍경을 떠올렸다. 앙상한 나뭇가지가 있다. 그 나뭇가지는 자신을 흔드는 바람 속에서 언젠가 도래할 햇빛을 갈구하며 희망을 버리지 않은 채 힘겹게 버티고 있다. 나뭇가지는 빌리 할러데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크 존슨의 <Right Brain Patrol>. ‘They Love My Fifteen Feet Away‘ 와 ‘After You‘ 는 이 앨범에서 내가 좋아하는 곡인데 보컬의 아련한 울림(They Love My Fifteen Feet Away)과 질구하는 베이스(After You)가 참 시원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