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드 팔마 <강박관념>. 인물이 등장하면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인물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 등장한 인물과 기존 인물이 형성하는 이야기-갈등 같은 것이다. <강박관념>에서 인물들은 죄책감과 원망을 십 수년간 품고 살았다. 돈 가방이 영화의 초반과 마지막에 등장하는 것은 돈 가방에는 이들의 죄책감과 원망이 투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십수 년 뒤 갈등이 해결될 때 다시 돈 가방이 등장하는 건 자연스럽다. <강박관념>을 보고 히치콕을 떠올렸다. 히치콕이 오랫동안 영화인들에게 영감을 주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수긍이 되었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최근 들어 히치콕의 영화는 가부장적이다, 남성중심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영화들은 히치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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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복 割腹 - 거짓을 가르고 진심을 드러내다 문화와 역사를 담다 46
노성환 지음 / 민속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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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키에서 할복을 찾으면 할복은 일본 고유 문화라는 말과 함께 일본의 할복에 대해 길게 설명을 한다. 신문 칼럼에서도 기자들은 할복이 일본의 문화라고 서술을 한다. 하지만 노성환은 할복은 중국, 한국, 일본의 문화이며 중국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다. 할복은 일본 고유의 것라는 생각이 오해라는 것이다. 조선의 선비들은 중국에서 누가 할복한 이야기를 듣고선 칭송을 했지만 일본에서 누가 할복한 이야기를 듣고선 폄훼했다. 일본을 왜국이라고 업신여기고 중국을 대국이라고 숭상하는 인식이 반영된 게 아닐까 싶다.


할복의 이유가 다양한 것도 재밌었는데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할복을 하기도 했고, 순결을 지키고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서 할복을 하기도 했다. 사무라이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할복을 하기도 했으며 칼을 배에서 한 쪽으로만 긋느냐, 열십자로 긋느냐에 따라 할복의 의미도 달라졌다. 심지어 말로만 할복을 할 뿐 실제로는 시행하지 않는 할복도 있었고, 할복을 한 뒤 항의의 표시로 내장을 꺼내서 던진 이도 있었다. 할복의 이유와 방법이 다양하다는 것은 그만큼 할복이 가지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리라.


할복을 했다고 해서 사람이 금방 죽지는 않는다. 고통만 오랫동안 느낄 뿐이기에 할복한 이의 목을 칼로 치는 카이샤쿠라는 이가 있었다. 미시마 유키오가 할복을 해서 죽었다고 세간에 알려져 있지만 미시마 유키오의 배에 난 자상은 8센치미터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미시마 유키오 옆에서 카이샤쿠가 미시마의 목을 내리쳐서 미시마는 죽었는데 다만 이때 카이샤쿠가 칼을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라서 미시마의 목을 세 번 내리쳤다고 한다. 매우 고통스럽게 미시마 유키오는 죽었던 것이다.


할복이 죽음의 한 방법이라고 하면 매우 비효율적인데 왜 사람들은 할복을 했나. 옛사람들한테는 뱃속에 진심이 있다는 사고방식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관념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 속이 검다, 배짱이 있다, 흉금을 터놓다, 심보가 못 됐다, 담이 크다. 라는 관용어로 남아 있다고 한다.


저자가 중언부언하는 것이나 책에 오탈자가 많은 건 아쉽지만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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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Etta Jones - My Mother`S Eyes
에타 존스 (Etta Jones) 노래 / Savoy Jazz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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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타 존스의 개성있는 목소리에 남편 휴스턴 퍼슨과의 앙상블도 일품이다. 연주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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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Herbie Hancock - Piano
허비 행콕 (Herbie Hancock) / COLUMBIA LEGACY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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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비 행콕의 피아노 독주를 듣다가 일본의 정원 가레산스이를 떠올렸다. 가레산스이는 흰 모래와 크고 작은 몇 개의 돌과 이끼로 바다와 섬을 표현한다. 모래와 돌과 이끼를 배치한 것은 인위적이지만 자연의 재료를 바탕으로 세월의 흐름이 녹아들게 하여 풍광을 표현하니 자연스러움이 느껴진다. 소박하면서도 세련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것 또한 물론이고. 일본에 갈 때마다 일부러 절에 들러 가레산스이 앞에 아무 말 없이 한참이나 서 있곤 했다.


허비 행콕의 <The Piano>는 일본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물을 사용하지 않고 바다를 그리는 가레산스이처럼 허비 행콕도 물을 사용하지 않고 바다와 강을 느끼게 하니 말이다. 이 앨범의 모든 연주가 다 좋지만 특히 5번 트랙 Sonrisa는 대단한 명곡이다. 슬픈 멜로디를 연주하는 피아노 건반이 느리게, 빠르게, 멈추었다가 나아가며 간결하게 울리는 것을 듣고 있자면 가슴이 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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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Intermodulation
빌 에반스 (Bill Evans) 외 노래 / Verve / 196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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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음악은 질감으로 존재한다. 빌 에반스의 연주를 들을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잔잔하고(잔잔하게 물결치는 시냇물, 강, 바다), 고요하며 (고요한 웃음), 보드랍고 (보드라운 자갈), 따뜻하며 (따뜻한 솜), 촉촉한(촉촉한 눈물) 느낌이 피부로 전해지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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