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눈동자보다 더 빛나는 것 푸른동산 9
루스 윌리스 브로더 지음, 김정복 옮김 / 동산사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정말 우연히 구한 책이다. 성장소설 같은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기성작가들의 소설만 읽다보니 여러 기술적인 면만 눈에 익힌 듯싶어서, 담백한 소설을 읽어보고 싶었다. 담백한 소설이라면, 당연히 청소년 소설일 테고, 어떤 소설이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조금은 어두운 표지와 달리 내용은 비교적 유쾌하게 이끌어 간다. 오빠의 죽음으로 인해 한 가정에 미친 영향이 이정도 일 줄이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정도의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일까? 생각해볼 일이다.


소설은 주인공의 오빠가 죽은 다음부터 시작한다. 엄마는 부쩍 기력이 쇠약해졌고, 나도 그런 엄마를 보며 힘들어 한다. 아빠도 마찬가지이다. 엄마는 이미 죽어버린 오빠에 대해 생각하느라, 나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다. 급기야 이모가 지내는 곳으로 가 일을 돕겠다고 하고, 엄마는 그곳으로 떠나게 된다. 나는 달리기 선수가 된다. 이런 식의 조금은 엉뚱한 내용이지만, 청소년 소설이기에 용서되는 한이다. 모든 청소년 소설들이 그렇진 않지만, 조금은 유치하게 흘러가지 않는가. 이 소설도 마찬가지이다. 조금은 유치하게 흘러가는데, 그 안에 청소년 소설적인 요소들이 빠짐없이 들어가 있다. 한 아이가 바라보는 자신의 가족들 모습과, 그런 가족들 곁에서 지내는 자신의 모습. 그리고 정확히 말해서 엄마의 모습을, 나는 침착하게 바라본다. 물론 마지막부분에 자신의 진실을 밝히는 부분에서는 감정이 흐트러지지만, 그 부분이 그 나이 때에 비하여 유치하다거나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담담하게 읽힌다. 다른 소설에서 보면 이런 부분에는 조금은 과장시켜 유치하다는 느낌을 주는 소설이 많은데, 이 소설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현실적이고, 감정 이입을 시켜 이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독자들에게 심어준다. 작가가 대단한 것 같다.


사실 이런 인물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지랖 넓은 캐릭터들 말이다. 그런데 이 주인공은 참 마음에 든다. 가족들에 대해 고민하고, 가족들에게 미움받을까봐 진실을 목격했지만 그것을 숨길 수밖에 없는. 이런 캐릭터가 얼마나 현실적인가. 우리는 진실을 알면서도 미움을 받을까봐 그것을 입 밖에 내지 않는다.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작가는 주인공 화자를 통해 잘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정말 현실적이고, 리얼하게 말이다. 청소년 소설에서는 유치한 부분도 무난히 여겨지는 부분이 간혹 있다. 그것은 기성작가들에게는 용납되지 않는 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렇기에 청소년 소설의 맛이 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소설은 한 아이의 말 그대로의 성장소설이다. 가족들의 슬픔을 이겨내고 달리기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성장소설이란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이 인물을 통해 사건을 바라보고, 이 인물이 되어 감정을 이입시킨다. 기성작가들 작품에서는 조금 힘든 일이지만 말이다.


사실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 걱정 반, 설렘 반이었다. 이렇게 초장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 나중에는 무슨 내용으로 어떻게 이어갈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걱정이 따랐고, 무슨 내용을 들려줄까 싶어 기대감도 있었다. 소설을 다 읽고 난 지금. 그때의 감정을 작가는 배반하지 않았다. 충족한 느낌이 든다. 가벼운 느낌도 없지 않아 있지만,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적당히 무난하고, 적당히 감동도 준다. 물론 섬세한 심리묘사는 없었지만, 이정도면 잘했다고 느껴진다.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간혹 문장들이 이어지는 부분들이 어색한 감도 없지 않았지만, 그것마저도 용서가 될 정도로 작가는 이야기를 십분 잘 들려주었다. 깔끔하게 소설을 이어가고 끝냈단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그동안 읽었던 성장소설들과는 조금은 다르게 느껴졌다. 내가 가지고 있던 성장소설은 재미없고, 유치하고, 섬세한 심리묘사도 없으며, 문장도 어색하고, 사건이나 스토리는 한 가닥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소설은 그러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모조리 날려주었다. 나에겐 여러모로 유용했던 책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렇게 초장부터 스토리를 끌고 가면 나중에는 어떻게 이어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작가들은 그 스토리에 맞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끌어다 와 소설을 완성시키지만, 나는 그러는 게 너무 힘들다. 작가들이 다시 한 번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스토리텔링 능력이 무척이나 대단하다고 느꼈다. 공짜로 얻은 책치곤 무척이나 많은 의미를 안겨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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