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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경제인의 종말
피터 드러커 지음, 이재규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8년 5월
평점 :
이 책은 도서정가제직전, 전자책 8-90%할인으로 무더기로 나왔을 때 2000원(!)이라는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구매했던 책이다.
이러한 파격할인이 피터드러커라는 거장을 만날 수 있게 해준것이다.
사실 피터드러커라는 이름은 경상학부계열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익숙했던 것도 사실이다. 아니, 이 시대의 직장인, 조직에 포함된 사람으로서 경영이나 자기계발에 약간의 관심이라도 있었다면 한번을 들어봄직했을 이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 그의 책을 직접 읽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도 그중의 한명으로 평소에 피터드러커라는 거장의 책을 접하고 싶었고, 마침 저렴한 가격에 그의 사상의 원전이라는 이 책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그럼에도 상술했듯이 예상치못한 내용으로 나를 당황케 하기도 했다.
나를 당황케 한 것은, 이 책의 난이도가 아니라, 이 책에서 피터드러커가 서술하는 내용이다.
일단 책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저자의 서문에서 그는 이 책을 정치서적으로 규정하고 시작한다.
서문 첫줄 "이 책은 정치서적이다".. 그리고 스스로 객관적인 중립성이나 의도적인 공평성을 유지하지 않은 정치적 목적으로 쓴 글임을 천명하고 있다. (난 이부분이 너무 마음에 든다. 우리 지식인들 뻔히 보이는 당파성과 정치성을 어줍잖은 중립이나 보수라는 단어에 숨어서 중립과 공평이라는 가치마저 망쳐버리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서일까..)
피터드러커에 입문하려, 그의 첫번째 저작을 접할 때 그 책이 "정치서적"이라 예상했을 리가 없지 않을까..
이렇게 시작하는 책은 정치, 역사, 사회, 철학, 경제를 자유롭게 드나드며, 이 책이 왜 그의 사상의 원전으로 불리는 지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을 읽을 때, 중요한 포인트는 2가지로 볼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장기간 이 책을 읽으며, 호흡을 유지하기 힘들었던 나로서는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하였다.
첫째, 이 책이 쓰여진 배경이다. 이 책의 초판일은 1939년이다. 즉 1차대전직후, 대공황으로 인해 전체주의가 서구세계를 위협하는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에 전체주의에 대한 분석과 내용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읽다보면 저자의 절박함까지 느껴진다. 문명자체가 위태로워지는 상황을 반드시 인지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둘째, '경제인'의 의미다. 이는 옮긴이의 해설에 나온다.
"유사 이래 빈곤이 지배적이었던 사외에서는 자유와 평등의 실현이 처음으로 영적 영역에서 추구되었다. 빈곤한 현실 사회에서는 부의 평등이 실제로 불가능했으므로 국가와 종교이 지도자들은 내세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믿게 했고 또 사람들은 그렇게 믿었다. 중세시대까지 그 약속은 허구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그 당시 사람들은 인간의 모델을 '영적 인간'으로 보았던 것이다.
16세기 경 이런 영적 인간의 질서가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붕괴되자, 자유와 평등은 지적 영역에서 그 실천 장소를 찾게 되었다. 마린 류터의 가르침에 따라 성경 말씀을 해석함으로써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인간의 모델이 영적 인간에서 '지적 인간 '으로 변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상의 예이다. 그리고 지적 영역에서도 자유와 평등의 실현이 불가능해지게 되자, 18세기 경 자유와 평등은 그 실현 장소를 사회 영역에서 찾으려고 했다. 사회 영역에서 인간의 모델은 처음에 '정치적 인간'이 되고, 그 다음에는 '경제인'이 된다. 그렇게 되자 자유와 평등은 사회적, 경제적으로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 사회가 바로 '경제인 사회"이다. 경제인의 개념이 처음으로 학문적 용어로 등장한 것은 아담 스미스와 그의 추종자들이 사용한 호모 오코노미쿠스라는 용어이다. 경제인은 매우 현명하며, 도덕적 판단을 하지 않고, 언제나 자신에게 최대의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는 행동만을 하기 원할 뿐 아니라 그 방법도 항상 알고 있다고 간주된다."
그러나, 인간을 경제적 동물로 보며, 경제적 활동을 인간 존재의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보던 자본주의나 사회주의가 개인의 경제적 자유가 평등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것이 증명되자, 경제인과 경제인의 개념은 무너질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로 파시즘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 것을 배경으로 명확히 인식하고 본다면 더 많은 것을 이 책에서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묘하게도 우리의 정치상황과도 유사성을 보이니, 이 부분은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가 겪는 역류의 상황은 경제인과 그 개념의 혼란에서 기인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