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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보는 고대사 - 민족과 국가의 경계 너머 한반도 고대사 이야기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우리는 보통 아프리카계 미국인, 프랑스계 미국인등의 ~계 ~국인의 표현에 익숙하다. 그러나 그 뒤의 국적에 한국인이라는 단어가 들어오면 갑자기 그 낯설음에 당황스러워하기도 한다.
박노자 교수는 바로 그 드물다는 ~계 한국인 중 더 드문 러시아계 한국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보다 더 우리를 잘아는, 그렇지만 이방인일 수 밖에 없는 그의 시선에 많은 기대를 하고, 그는 지금까지 지식인으로서 우리의 그것에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박노자 교수가 보는 우리 고대사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까지 우리는 민족과 국가의 틀으로 역사를 보아왔고 그렇게 배워왔다. 그러나, 놀라웁게도 소위 말하는 민족 그리고 민족국가의 개념은 그리 오랜 역사가 되지 않았다. 그 단어조차 근대일본의 산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민족"이라는 단어는 어떻게 그렇게 한과 설움마저 서린 단어가 되었을까..
이는 민족이라는 단어가 도입되었던 근대가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잔인했던 가의 반증이 아닐까. 더군다나 유럽과는 달리 민족이라는 개념에 유난히도 혈통이라는 요소가 가미된 동아시아에서 민족이라는 단어는 유럽의 그것보다도 훨씬 폐쇄적일 수 밖에 없었고, 서구와 일본의 침략앞에 그 존재마저 부정당하게 되어 버린 위기 속에서 우리 민족과 국가는 더더욱 불가촉의 이상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민족과 국가의 시각으로 보고 해석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과연 고대사가 지금의 민족과 국가의 시각으로 제대로 해석될 수 있을까..
당시 삼국과 그 이전의 국가들이 민족이라는 공동체적 관념이 있었을지, 그리고, 왜라는 국가에 대해 지금과 같이 적대적인 시각을 가졌었을지.. 우리는 역사를 읽으면서 가끔 당혹스러워 지기도 한다. 삼국간의 관계, 그리고, 왜와 중국과의 관계에서 의아함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이 시대의 시각으로 고대를 해석하기에 벌어지는 현상들이었던 것이다.
박노자 교수는 이 책에서 민족은 혈통이 아닌 역사적 과정의 산물로서 영구불변의 개념이 아니라 주장하며, 역사쓰기란 현재적 선택의 문제라 주장한다.
따라서 민족의 시각이 아닌, 수많은 이질적인 요소들을 내포한 흐름으로 고대를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의 오늘 조차도 새롭게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다양성을 인정하고 개방된 시각을 가져야만 이 사회의 대립과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역사를 읽는 것도 단순히 재미있어서가 아닌, 또 하나의 우리와 미래를 위함이 아닌가 말이다.
이와같이 이 책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눈으로 역사를 볼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새롭게 알게 된 역사적 사실과, 민족과 국가, 그리고 국경선의 틀에 얽매이지 않은 역사서술은 새로운 재미를 주고 있다.
추천할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