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인더스 오브 힘
콜린 후버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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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고 작가가 남긴 「감사의 글」을 보며 내가 작가의 의도대로 글을 읽은 독자라는 사실이 묘하게 뿌듯했다. 사고 현장에 죽어가는 연인을 두고 떠나 과실치사로 살인자가 된 한 여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 속에서 '재미'를 발견한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작가의 의도라면 섬세한 독자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리마인더스 오브 힘>에는 두 화자가 등장한다. 앞서 언급한 사건으로 징역을 살고 얼마 전 퇴소한 케나, 그리고 그 사건으로 가장 친한 친구를 잃은 렛저가 그들이다. 둘은 서로가 누구인지 모르는 채 첫만남에서 호감을 갖게 되고, 상대가 누군지 알게 되는 순간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불행의 고리에 오르게 된다.


콜린 후버의 스릴러 소설 <베러티>를 읽은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다는 것이 놀랍다. <베러티>는 뮤지컬 '레베카'를 떠올리게 했던 소설이다. 그리고 십 년 만에 '레베카'를 재관람하고 며칠이 지나 <리마인더스 오브 힘>을 읽었다. 어쩌면 이 소설도 '레베카'와 비슷한 것 같기도…. 주제의식이란 측면에서 말이다.


대부분의 스릴러, 미스터리 소설은 사건의 진실을 마지막까지 숨긴다. 이 소설은 로맨스 소설이지만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사건이 있었던 날의 진실은 케나의 입을 통해 철저히 함구된다. 하지만 그 진실이란 건 너무 뻔해서 반전이라고 할 만큼의 충격을 주진 않았다. 진실은 매우 평범하다.

이 이야기를 쓰면서 작가는 많은 갈등을 겪지 않았을까? 미스터리 소설을 구상하기도 하고, 로맨틱 코미디를 생각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결국은 <리마인더스 오브 힘>이라는 형태의 로맨스 소설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그리고 그게 인생인 것 같다. 뜻대로, 일관성을 가지고 흘러가지 않는 것. 불행도 행복도 너무 갑작스럽게 온다.


등장인물들의 선택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모든 타인을 이해할 수 없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마찬가지로 모든 타인에게 이해 받을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아무리 가까운 관계라고 해도 내 주변의 행복이 타인의 불행보다 중요하다. 길게 등장하진 않지만 그런 점에서 렛저의 엄마가 이 소설에서 가장 좋았다.


작가는 모두에게 잘못을 하는 순간이 있고, 우리는 순간의 실수를 용서해줘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라면…. 나는 끝까지 케나를 용서하지 못했다. 케나가 그 순간에 겪었던 일이 거짓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하지 못한 건 그게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엄청난 잘못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은 그 누군가를 감정적으로 용서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게 사람이다. 케나를 용서하지 못한 건 그 위로 무수한 사건의 범죄자들이 투영됐기 때문이다. 케나를 용서하면 그들을 용서해야 할 것 같았다. 아직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이와 별개로 잘 다듬어서 영화나 드라마로 나오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초반에 한없이 가라앉고 어둡기만 했던 케나가 전혀 다른 인물로 변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렛저와 케나의 로맨스를 조금 줄이고, 케나와 스코티 부모의 화해에 대한 분량을 좀 더 늘렸으면 케나에 대한 내 생각이 달라졌을까? 이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스코티는 내 아들이 아니야. 하지만 스코티와 관련된 모두가 정말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 케나마저도. 만약 스코티에게 벌어진 일이 너에게 생겼다면 내가 패트릭이나 그레이스와 다른 선택을 했을 거라고 말하진 못 하겠어. 이렇게 큰 비극적 사건에는 각자가 옳은 선택도 하고 나쁜 선택도 하게 돼. 난 네 엄마야. 그리고 네가 그녀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면 분명 그녀에게는 특별한 뭔가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 나는 믿어. - P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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