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가혹했던 전쟁과 휴전
마거리트 히긴스 지음, 이현표 옮김 / 코러스(KORUS)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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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전쟁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내가 알고있는 한국전쟁은 진실일까? <한국에 가혹했던 전쟁과 휴전>은 마거리트 히긴스가 1951년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War in Korea>에, 휴전에 대한 기록이 포함된 <News is a singular thing>에 역자주를 덧한 책이다.

 

책을 읽기 전 내게 한강 인도교 폭파는 국민의 안위를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위정자들의 이기적인 태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책을 읽기 시작한 초반에는 미군에게도 폭파 계획을 밝히지 않아 동맹국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사실에 창피함을 느꼈다.

 

중반부쯤 읽었을 때 미군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이유는 아시아의 작은 나라를 지켜주기 위한 선의가 아니라 자국의 안녕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에 섭섭함을 느꼈다. 하지만 계속 읽으면서 이는 누구에게나 당연한 거란 결론을 내렸다. 미군은 그저 전쟁이 본국까지 번져 오길 바라지 않았던 것이다. 같은 입장이라면 마찬가지지 않았을까?

 

그 무엇도 전쟁보다 나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전쟁이 나면 군인들이 전선에 나서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군인이라고 해봤자 실전 경험이 전무한, 이제 갓 성인이 된 소년티 나는 이들이 대부분인데. 그들이 뭘 안다고, 그들이 뭘 잘못했다고 전쟁터에 총알받이로 내던져 져야 되는가? 전쟁터에 당연히 있어야 할 사람은 없다.

 

전쟁터는 아비규환이다. 내 심장을 겨누는 것은 적뿐만이 아니다. 나를 적군으로 오인한 아군이, 타켓팅이 아직 미숙한 아군 제트전투기의 폭탄이, 적의 기습에 놀라 미쳐버린 아군의 기관총이 나를 죽일 수도 있는 곳이 전쟁터다. "당신의 아들은 아군의 폭격에 사망했습니다." 이러한 진실을 우리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한국전쟁은 피아식별이 불가한 전쟁이었다. 어제는 밭을 갈고 있던 선량한 농부가 다음날 우리를 향해 총을 쏜다. 아이를 안은 여인과 등이 굽은 노인이 보따리에 무기를 숨기고 북한군 기지에 들어간다. 갓 해방을 맞아 민주주의가 뭐고, 공산주의가 뭔지 알지도 못하는 민중들이 전쟁의 거센 바람에서 살아남기 위해 갈대처럼 휩쓸린다.

 

소련에서 예상했던 대로 미국이 대한민국을 포기했더라면, 미국이 대한민국에 대한 군사점령이 자국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초기판단을 고수했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됐을까? 명동성당에는 한국전쟁 당시 그랬던 것처럼 공산주의 표식과 김일성의 사진이 걸려 있었겠지.

 

같은 마음으로 상상해 본다. 북한 주민들은 전쟁을 통해 해방되길 바라고 있을까? 아니면 지금의 "평화"를 유지하길 원할까? 우리가 자신들을 구해주지 않는다고 원망하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정말 전쟁은,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것처럼 가장 피해야 하는 상황이 맞는 걸까?

 

훌륭한 작전은 한 사람의 영리한 계획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에 겪는 일상의 모든 일들이 전쟁터에서도 반복된다. 데이터가 부족한 상태에서 판단해야 하고, 오판이 아군을 분리하게도 유리하게도 만든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내 사기를 돋우기도 하고, 발목을 붙잡기도 한다. 영리한 계획은 용감한 개개의 군인들 덕분에 완성된다.

 

전쟁터에는 왜 종군기자가 있어야 할까? 우리의 알 권리를 위해? 기자로서의 사명감 때문에?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군대가 배려와 보호를 해줄 의무와 부담감을 감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종군기자는 꼭 필요한 걸까? 종군기자가 쓴 글을 읽으면서도 자꾸만 군의 편에서 기자를 바라보게 됐다.

 

하지만 한 문단의 글로써 나는 종군기자의 필요성을 받아들였다. 그들이 '상처를 주는 진실'을 대중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전쟁터에 있는 대중의 아들, 딸들의 안전은 더 보호 받을 수 있다. 더 많은 최신식 무기와 인원을 지원 받음으로써 군인들이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더 높아진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지금 내게 주어진 평화가 전쟁을 회피하지 않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뤄낸 것이란 걸 깨닫고 나니 뭔가 빚진 기분이 든다. 지구 어디에선가 일어나는 전쟁이, 참혹한 생활상이 더 이상 남의 일로 생각되지 않을 것 같다. 책을 통해 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말았다.

 

- 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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