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가 달리고 싶을 때 - 2020 화이트 레이븐즈 선정도서
마리카 마이얄라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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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달리기인가 묻는 이야기였다.

여전히 똑같은 하루를 지내면서 만족스럽다고, 그게 최선이라고 믿는 주문을 걸었던 건 아닐까. 누군가에 의해 조종당하듯이 달리던 로지였지만, 아마 처음부터 그런 삶을 부여받았기에 당연하게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경주하는 개로 살아왔던 로지.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런 환경에 던져진 채로 오직 앞만 보며 달리면서 결승선에 제일 먼저 도착하는 게 오직 하나의 목표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고 싶을 때마다 경기장 너머로 달렸던 로지가 생각날 것 같다. 밤마다 우리 안에서 자면서 불안했던 것을 떠올리면서 자기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수도 없이 고민했을 듯하다. 경기장에서 맡았던 장미꽃 냄새를 따라가서 꽃을 확인하지도 못했던 장면이 마음에 걸린다. 길을 걸으면서 옆도 보고 뒤고 보고 하면서 앞으로 가는 거 아닌가? 어디선가 맡아지는 꽃향기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걷는 거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로지를 가둔 세상에서 달렸던 게 '달려야만 했던 순간'이라면 로지가 경기장 너머로 달렸던 건 '달리고 싶은 순간'이 되었다. 그토록 원하던 자유를 만끽하면서 눈으로 보이는 곳 숲 냄새가 맡아지는 곳을 향해 달릴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뻤을 것 같다. 내 마음대로 달리는 게 당연한 것인데도 그러지 못한 삶이라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니까.

 

몇 페이지 안 되는 그림책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로지의 짧은 여정은 마치 모험 같으면서도 진정 원하는 삶을 찾아가는 과정 같았다. 들판이든 숲이든 가고 싶은 곳으로 가면서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기웃거리며 확인도 하는 게 틀린 길은 아니니까. 때로는 방황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결국은 자기가 달리고 싶을 때 달리는 게 가장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준다. 우리가 달려서 도착하고 싶은 곳은 행복을 찾는 바로 그곳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인지 로지가 꿈꾸는 자유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그곳은 우리 모두가 바라는 곳이기도 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주하는 한 마리 개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세상을 걷고 있는 어느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뚜벅뚜벅 걷다가 급할 때는 달리기도 하고 다시 또 천천히 걸으면서 목적지를 향해 가는 우리의 서툴지만 진심어린 노력을 로지의 달리기에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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