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라져버린 사법고시... 대학시절 신림동에 살면서 수많은 고시생들을 보았었다. 낡아빠진 츄리닝과 슬리퍼는 그들의 트레이드 마크였고 얼굴 가득 공부에 찌든 누렇게 뜬 그들의 얼굴리 잊혀지지 않는다. 한 사람 겨우 누울 수 있는 비좁은 공간에서 하루 종일 쪼그리고 앉아 공부에 매진하는 그들의 모습에 안타까움과 서글픔이 느껴지곤 했었다. 10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 겨우 합격하여 그곳을 탈출했다는 무용담 아닌 처절한 인생 성공기에 기쁨보다는 허무함이 컸었다. 고시라는 관문을 향해 한 줄로 늘어선 그들... 그들 중 대부분은 아님을 알고 돌아섰어야 했는데 용기가 그럴 자신이 없어 그대로 남아있었을 그들도 자신의 길을 이후라도 찾아갔기를...
우리 주변에서 누군가는 겪을만한 그런 이야기를 담백하고 때론 경쾌하게 들려준다. 단편의 매력을 한껏 살린 이야기들. 한 편 한 편이 각각의 빛깔과 향기를 가지고 다가오지만 내게 가장 긴 여운으로 남는 작품은 탐페레 공항이다. 짧은 인연조차 흘려보내지 않고 소중히 간직하는 따스한 마음과 어쩌면 나도 그러한 성의와 마음을 나도 모르게 져버린 적은 없었는지 되돌아보았다. 때로는 잔잔한 감동으로 또 때로는 아련한 아픔으로 행복했다.
행복에 관한 가벼운 진담과 진지한 농담... 내가 삶을 어떤 눈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행복한 삶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우리가 잊기 쉬운 어쩌면 사소한 진실들을 소소하게 언급하고 있다. 나이듦이 더 이상 슬프거나 우울하지 않고 좀 더 관대하고 여유있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는 말에 위로가 되고 일상에서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조금은 천천히 느리게 살아가리. 오늘도 난 행복하다.
작가란 아주 사소한 일상이지만 그 속에서 작지만 의미있는 자신만의 무언가를 예민하게 알아채고 표현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스치듯 지나는 것들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이름을 불러주고 보듬어주는 이. 머릿속을 맴도는 수많은 상념들을 정돈된 언어로 이야기하며 귀기울이게 만드는 그들의 글이 가슴시리게 그립고도 그립다...
유품정리사라는 조금은 특수한 직업. 누군가의 삶에서 어쩌면 가장 깊은 상처를 들여다보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장 낮고 때로는 가장 더럽고 깊은 우울과 고독의 현장을 청소하면서 끝없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모습이 인상깊다. 어떤 일을 하는가가 아닌 그 일을 하며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는가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을 향해 달려가지만 그 사실을 잊고 산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죽음에 대한 준비가 일상에서도 필요하며 먹고 산다는게 더욱 숭고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