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는 간소하게 화가 노석미 사계절 음식 에세이
노석미 지음 / 사계절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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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는 음식을 직접 한 지 일 년 정도 지나니 모든 요리는 간소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자신이 만드는 요리의 재료를 직접 얻기도 하니까 책에 있는 요리들은 정말 많은 과정과 정성이 들어간 것이다. 그것을 귀여운 그림과 함께 보니 즐거웠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요리하는 장면을 좋아한다. 그 부분만을 모아둔 유튜브 영상을 자주 보지만 그 요리를 위해서는 모종을 내고 심어서 기르고 거두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안다.

_P.28
“냉이가 뭔지 정확히 모르겠다고? 냄새를 맡아봐. 그럼 알게 돼.“
_P.88
그래서일까, 바질잎을 갈아서 페스토를 만들다 보면 어린 시절 이파리들을 뜯어다가 돌멩이로 빻아 음식을 만들던 소꿉놀이가 연상된다. 어떤 식물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리고 먹지도 못하면서 조막손으로 요리를 하고 친구와 함께 냠냠 먹는 시늉을 했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참 우습고도 귀엽다(요즘 어린 소녀들은 장난감 회사에서 나오는 다양한 플라스틱 요리 도구와 재료로 소꿉놀이를 하는 것 같다).
_P.104
나의 밭 딸기는 사 먹는 딸기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크기도 작고 못생겼다. 게다가 벌레들과 나눠 먹어야 한다. 하지만 그 맛이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새콤함과 신선함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수확량이 얼마 되지 않아도 밭 한구석을 항상 딸기에게 분양한다.
_P.114
봄이 오면 나의 정원에 있는 두 그루의 복숭아나무에 복숭아꽃이 엄청나게 많이 피어 아름답다. 꽃들은 곧 주렁주렁 열매가 된다. 하지만 이 열매들이 붉게 또는 튼실하게 익기도 전에 벌레님들의 파티가 연일 벌어진다. 결국 나는 그들이 훼손한 부위를 잘라내고 남는 부위를 먹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거라도 먹을 테다, 하고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뽀얀 부분으로만 복숭아조림을 만든다. 복숭아를 만지고 자르는 동안 손에 복숭아 향기가 배어든다. 아, 복숭아란 향기를 먹는 것인가 보다. 벌레님들, 너희들이 왜 좋아하는지, 파라다이스를 상징하는 과일이 왜 복숭아인지 충분히 알겠네요.
_P.114
오븐에 구운 토마토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중간에 햇볕을 만나게 해주어야 맛 좋은 드라이드 토마토가 된다. 생각할수록 이 ‘햇볕‘이라는 것은 강력한 조미료가 아닐 수 없다(고추도 태양초가 빛깔도 좋고 맛도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물론 그렇기에 더 비싸기도 하지만 이 수고로움을 생각하면 당연하게 여겨진다). 내 몸도 조미료를 필요로 하여 햇볕 뜨거운 날 정원 한 귀퉁이에 멍하니 앉아 일광욕을 한다. 나의 몸도 햇볕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 사계절출판사에서 책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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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집
정보라 지음 / 열림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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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꾼)정보라 작가의 소설답게 아동학대, 돌봄, 장애, 불법 해외입양, 사이비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룬다. 소설에는 ‘아이들의 집’이라는 이상적인 시설이 존재함에도 아이가 죽는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참담했다. 모든 아이가 무사히 어른이 될 수 있는 세상은 유토피아인 걸까.

_P.89
모든 돌봄은 국가와 공동체의 책임이다. 그런 철학에 기초하여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기 때문에 이름부터 ’아이들의 집‘인 것이다.
_P.129
”사람이 제일 무서워. 귀신은 불쌍하지.“
_P.178
부모가 없어도, 부모가 다쳐도, 부모가 아파도, 부모가 가난해도, 부모가 신뢰할 수 없는 인격을 가졌거나 범죄자라도, 아이들은 그런 부모와 아무 상관 없이 자라날 수 있었다. 아이의 삶은 아이의 것이었다. 혈연이 있는 가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기쁜 일이고 행운이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면 슬픈 일이지만, 가족의 불운이 아이의 인생 전체를 지배할 필요는 없었다. 돌봄을 받으며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은 모든 아이가 가진 고유의 권리였다.
_P.225
아이의 부고는 옳지 못하다고 무정형은 생각했다. 아이의 장례식은 옳지 못하다. 아이의 죽음은 부당하다. 아이는 죽어서는 안 된다.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어야 한다. 어른이 되어 살아야 한다. 아이는 어른이 되어 오래 살아서 노인이 되어야 한다.

✦ 열림원에서 책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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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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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가 재개봉했고, 영화를 보러 가는 지하철에서 『바움가트너』를 읽었다. 소설과 영화는 사랑하는 이의 상실을 다룬다. 소설에서 신체가 절단된 사람이 겪는 환지통을 언급하는데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고통에도 그들은 살아간다. 그 고통을 때때로 느끼면서.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도 영화 속 가족과 애나를 잃은 바움가트너가 주어진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그리고 살아가는 동안 걱정하는 일들은 일어날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건 성격 나쁜 신만이 아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_P.41
왜 내가 아니어야 하나요? 사람들은 죽어요. 젊어서 죽고, 늙어서 죽고, 쉰여덟에 죽죠. 다만 나는 애나가 그리워요, 그게 전부예요. 애나는 내가 세상에서 사랑한 단 한 사람이었고, 이제 나는 애나 없이 계속 살아갈 길을 찾아야 해요.
_P.66
바움가트너는 지금도 느끼고 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고, 지금도 살고 싶어 하지만 그의 가장 깊은 부분은 죽었다. 그는 지난 10년간 그것을 알고 있었으며, 지난 10년간 그것을 알지 않으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_P.219
탁월한 합리주의자들이 오랜 세월 우리에게 말해 온 것과는 달리 신들은 우주와 주사위 놀이를 할 때 가장 행복하고 가장 그들다워지기 때문이다.

✦ 열린책들에서 책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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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빛
강화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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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대한 얘기일까. 사이비 종교에 대한 이야기일까. 해리아에 대한 이야기일까. 너무 궁금하다. 지수에게 5년 동안 끝없이 이어진 지옥이란 무엇일지 빨리 출간본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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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파올라 퀸타발레 지음, 미겔 탕코 그림, 정원정 외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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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이 작은 행운을 찾다 보면
하루의 끝에서
반갑게 밤을 맞을 수 있을 거예요.

봄과 어울리는 노란색이 잔뜩 있어 공원에 가서 읽었다. 글은 마치 시를 읽는 거 같았다. 하루를 살아내는 건 인생을 사는 것과 같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문학동네에서 책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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