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가장 재밌게 읽은 에세이가 『쓰는 생각 사는 핑계』였기에 소설 속 수진과 작가를 분리하는 데 어려웠다. 수진의 빚은 그의 업보로만 느껴지고 어떤 연민도 느끼지 못했기에 그 원인이 질병이라도 말이다. 문학으로 돈을 벌기 힘든 타당한 이유에도 과도한 쇼핑으로 기생충 같은 삶을 산 건 맞으니까. 제발 이 부분은 자전적 이야기가 아니기를 바란다. 내가 민음사 유튜브 보고 개인 유튜브까지 봤다고 프라다 가방 영상 좋아했는데. 그리고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인 쇼핑을 독려했다고 맙소사. 작가의 말까지 알쏭달쏭해서 혼란하다. 혼란해.P.48뭔가 있는 애가 되기 위해 나는 다시 쇼핑을 시작했다. 이번엔 립스틱 대신 교수님이 쓰는 연필 브랜드를 샀고, 몰래 훔쳐본 교수님의 만년필과 똑같은 모델을 결제했다. 그가 읽는 책을 따라 읽으면 그 문장의 비릿한 매력까지 내 것이 될 줄 알았다. 시적 영감조차 할부로 살 수 있다고 믿었던 멍청한 노력. 내 문장은 여전히 누군가의 카피였고, 내 책상은 다시 '비문학적 잔해'들로 가득차기 시작했다.P.62나는 여전히 기생충이었지만, 이제는 아주 고급스러운 코트를 입은 시인 기생충이 되어 있었다. 이것은 다른 이야기다.P.80다 맞는 말 같았는데 이상했다. 나는 내가 책을 이렇게 많이 낸다는 것 자체가 나를 보여주는 일인데, 자존감이 낮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고, 나는 분명 내가 우울할 때마다 카드를 긁었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왜 조증인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P.125여기서 더 절약하는 법이 뭐가 있을까.병원을 끊을까. 근데 병원 끊으면 죽는다. 통신비를 끊을까. 근데 통신 끊으면 일을 못한다. 교통비를 끊을까. 근데 걸어다니면 강의에 못 간다. 커피를 끊을까. 이미 카누만 마신다. 밥을 끊을까. 밥을 끊으면 머리털이 빠지고 인기가 사라지고 시가 안 팔린다.P.202시는 사랑으로 썼는데 안 팔리고, 소설은 생존으로 썼는데 잘 팔렸다.정말이지 시는 사랑이었다. 그러나 소설은 생존이라 썼다. 낭만이 아니라 절박이었다.